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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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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밥먹고 별 생각을 다 하는 바보, 바보, 바보.


BY 공주 2000-11-23

왕년에는.
나도 잘 나가는 여자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처녀들이 득실거리는 우중충한 방에서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왕언니로 각종 연애상담을 해주고 살았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상담결론은 99%, 그런건 차버려, 차버려, 채이기전에 빨리 차, 였지만.
결혼을 하고 닭살스러운 이야기 몇번했다고 억울하게 배신자라는 욕까지 듣고 퇴출당하고 말았다.

나도 내가 결혼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특히, 내 마지막 긴 연애가 완전 신파로 끝난후로는 결혼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운 초연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두 눈 가득 그렁그렁하다가,
남자: 우리, 이 생에서 이루지 못한 우리, 다음 생에서는..... 다음생에서........ (차마 말을 맺지 못한다. 순간, 눈물이 한줄기 찍-----)
여자: (비장한 목소리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아니, 이 생에서도, 다음생에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우리 만나지 말아. 당신은...... 나에게 너무 큰 아픔이야....... (고개를 획 돌리고 어깨를 들먹인다.)

하여튼, 별 쇼를 다하고 살어.

어쨌든,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다.
나는 염치없게도 또 눈에 뭐가 쒸워서 별로 보이는것이 없이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다.

6개월. 그 길고 긴 세월을 살아보니,
요즘 이런 생각이 슬금슬금 든다.
저 남자, 내 마음에, 내 생활에 조금씩 조금씩 걸어들어온다는 생각. 화끈한 연애와는 다른...... 저 남자가 나에게, 내가 저 남자에게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스며들어 우리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여자의 독립주체성을 인류의 최대목표인양 외치던 내가.
저 남자 없이 살아야한다는것이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남편이 멍하니 누워서 테레비를 볼때나 코코 잠을 자고 있을때, 슬며시 그 뺨을 만진다. 그러면서 청승을 떨기를,
언젠가 우리중 하나 먼저 가고 하나 남으면.......
자기 없으면 나 어떻게 남은 생을 살까........
나 없으면 누가 자기를 나처럼 예뻐해줄까.......

비싼 밥먹고 새파란것이 이런 오도방정, 청승을 떨고있다는것이, 나두 알아, 창피하다.

어쨌든 난 이런 닭살스러운 이야기하다가 노처녀들에게 퇴출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