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싸늘하고 냉냉한 마음만큼이나 두꺼운 외투를 입고 출근을 하였다.
어제 아침부터 시작된 여자의 싸늘함은 꽃샘 바람보다 날카롭고 차거웠다.
"오늘 아버지 제삿날인데..."
"시간 내서 다녀 오지?...처남은 안간데?"
"................?!"
"처남이랑 같이 다녀 오면 되잔아!"
"갸도 시간이 없나 봐."
장인 어른이 세상을 떠난지 십여년이 지났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두번
정도 밖에 우리는 제사를 모시러 가지 못했다.
예전에 장모님이 추풍령에 사실 때는 그나마 거리가 좀 가까워 평일이라도
다녀 올만한 거리였는데 부산에 사시는 큰처남 집에서 제사를 모신 뒤로는
주말이라도 다녀 오기가 힘들었다.
여자는 어젯밤에 막내처남 집에 전화를 해서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없었냐며
동생에게 싫은 소리를 늘어 놓았다.
처갓집의 일에 무관심하면서도 컴퓨터에 매달려 글만 읽고 쓰는데 열중인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았다.
이런 분위기도 파악을 못한 딸아이가 학원 공부를 끝내고 곧장 집으로 오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 늦은 귀가를 하였다.
여자는 딸아이를 불러 놓고 한참 동안을 나이도 어린 계집아이들이 밤에
몰려 다니다며 꾸중을 하더니 딸아이 친구 집에까지 전화를 하여 행적을
캐묻고 다음부터는 그렇게 돌아 다니지 말라며 주위까지 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시끄럽게 설거지를 마치고 나더니
평소처럼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침대에 누워 버렸다.
여자의 냉냉함에 식구들 모두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밤을
보내고 말았다.
날이 밝았는데도 여자의 표정은 밝아 지지 않았다.
아침 내내 침묵하며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확인하고 딸아이에게 학원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귀가하라는 말이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여자가 지나간 자리에 써늘한 냉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발이 시리다.
언제나 여자의 마음에는 봄바람이 ?아올 것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