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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0

법정비화~~~


BY 비비안 2000-09-23

은비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화장대에 앉았지만

이뻐게 눈썹도 그어지지 않고 립라인도 잘 안그려진다.

어제밤 내내 맘을 다지고 다지고 했지만 여자 마음이

그렇게 모질지 못하다 보니....

오늘 20년 가까이 한이불쓴사람하고의 마지막 정리를 하는

날이라 마음이 착잡하다.

그저께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법원에 오전 일찍 접수를 하여야

판결을 받는다고 하여 냄편이란 작자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오전에 만나기로 했는데 밉니 곱니하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막상 이혼을 할려니 망설여 지는건...어쩔수 없는 여자

이기 때문이리라.

옷을 차려입고 나오기전에 거울을 한번 힐끗보면서

"이정도면 사람들이 이혼하러 온사람인줄 모르겠지..."하고

중얼 거려본다.

그래도 다른사람의 시선은 꺼려져서...

법원에 가니 벌써 냄편이란 사람은 와서 기다리며 짜증을 낸다.

"뭐 하는거야 빨리안오고..."하며,

은비는 속으루 " 저넘의 영감탱이 내가 그렇게 지겨웠나"

하면서도 마지막인데 웃어주자 다짐한다.

슬며시 웃으며 "많이 기다렸어요?"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마지막 헤어지는 마당에도 다투는 사람, 묵묵히 따로

앉아 고개 숙이고 있는사람, 울고 있는사람등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은비는 속으로 '나는 울지 않을거야 왜 울어? 이젠 자유가 내게

주어지는데...' 하지만 가슴을 찡하게 울려오는 그 무엇이

저 밑바닥에서 올라온다.

조금 있어니 사무관인듯한 사람이 "따라오세요!" 한다.

모두들 일어나 따라간다.

[협의이혼판결법정]이라 쓴곳에 들어오라는 차례대로 들어가

대기실에 앉았는데,

은비는 무서운 호랑이같은 판사가 오면은 어쩌지...이혼이 안된

다면 어쩌지...등등 오만가지 생각에 덜덜덜 떨려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다.

근데 뒤를 돌아본 은비는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판사라는분이 아주 새파란 젊은이 인데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는 법관들이 입는 가운도 입지 않고 양복차림으루 등장을...

그모습에 떨리던 가슴이 조금 진정되고 호명되길 기다린다.

드디어 사무관이" 김 아무개씨, 이 은비씨" 하고 불렀다.

판사앞에 앉아서 고개 숙이고 있어니 판사가 "김아무개씨,

이 은비씨 이혼하기로 협의하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모기만한 소리로 " 예"대답하니까 또 " 아이들은 누가 키울겁니

까?"한다 은비가 "엄마가요"하니 두말도 안하고 도장찍고

사무관이 서류를 건네주면서" 이서류가지고 3달안에 신고하세

요" 한다 안그럼 무효가 된다나...

'아이구 누가 신고를 안할 사람이 있을까, 두번다시 이런 수모

를 안당할려면 오늘 당장 신고 해야지'하면서 나온다.

나오면서 은비는 이렇게 간단한걸 왜 이때껏 그고생을 하고 살았

나 싶다.

은비는 속으루 '마지막을 멋지게, 이별을 멋있게 해야지 ...

영화에서 처럼 잘가요~~하고 손을 흔들까?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는데 그래도 20년을 한이불쓴 냄편이라고

"우리 밥이나 먹고 가자" 한다 경상도 사나이의 무뚝뚝한 목소

리로....

근데 벨도 없는지 입에서 대뜸 "그래요 먹고가요"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은비도 깜짝 놀라 고개들고 냄편을 쳐다보니

우거지죽상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넘의 거지같은 정이 남아 있는지...

은비도 '그 정이 없어질려면 한참을 기다려야겠지...'하고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