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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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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하오 마 ?


BY 라니 2002-09-28

버스로 두어정거장 거리에 있는 도서관으로 중국어를 배우러 가는 날은 좀 일찍 집을 나선다.

밝고 청명한 햇살아래 활기찬 거리의 풍경속으로 뛰어들어 20여분뒤면 도서관 현관에 닿는다.

번호표를 받아든 싱싱한 젊음들이 도서관 로비에 와글와글 소리없이 모여앉아

자신의 입실순서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틈을 지나쳐 2층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또다른 젊음의 힘찬 발걸음과 밝은 표정에서

뭔가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내달으는 열정이 엿보여 신선한 느낌을 받으며 문헌정보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3층 문헌정보실에 들러 서가에 좌악 꽂혀있는 수많은 책 제목을 하나하나 훑어보다

드디어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땐 참으로 행복해진다.

비 사교적인 사람에겐 이런 조용하고 호기심을 해소해 줄수있는 장소가 혼자 놀기엔 딱이다.

중국어 강의 시간까지 시간이 넉넉한 날에는 맘에 드는 책한권 골라와

아예 둥지를 틀고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책을 읽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노라면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오로지 공부만 죽어라 했었던 10대 후반으로 되돌아간것같아

괜스리 눈물샘이 간질간질 해진다.

그시절엔 공부가 너무도 지겨워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몸부림을 쳤었건만

40대 아짐이 되어서 지겨워 몸살을 앓았던 그 시절을 눈물나게 그리워할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은일이 너무도 많아 이것저것 상념에 상념이 꼬리를 문다.

40대 아짐이 되어 이런 쓸데없는 허무한 상상을 해보기도 하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가질수 있음에 참 좋다.

중국어 배울 시간이 되면 허무맹랑한 상상의 나래를 접고 다시금 2층 어학실로 내려온다.

니 하오 마 ?

리잉 이 얼 싼 쓰 우우 리우 치 빠 지우 스 ......

타먼 예 또우 헌 하오.

니 츠 디얼 선머 ?

중국어를 몇주 배우다 보니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배우고 와선 아이들에게 얘들아 공부는 이렇게 하는거야 모범을 보이듯이

그날 배운것을 열심히 복습 하다보면

티비 리모컨을 손에 쥐고 티비를 틀까말까 망설이던 우리 아들이 엄마의 진지한 모습에

슬그머니 자기방으로 쏘옥 들어가 저도 책상앞에 앉아 슬그머니 책을 펼쳐 드는걸 보며

역시 " 맹모삼천지교"가 빈말은 아니로구나 .

학자 집안에서 학자나오고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온다더니 참말이로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꾹 참고 열심히 배워서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후 북방 흉노족의 남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10 년에 걸쳐 6,700km나 쌓아 달나라에서도 보인다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꼭 가보고 말리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중국식 만두도 내가 직접 주문해서 실컷 먹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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