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건
아침에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인해서이다.
일학년때 같은 반 학부형으로 만난 사이였는데
그분이 생각하는 방향이랑 또 그분이 갖고 있는 느낌이 좋아서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메일로 또 전화로 가끔 연락을
하는 아이친구 엄마로부터의 전화였다.
늘 잔잔한 미소를 갖고 계시나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서
얘길 나눌라치면 따뜻하거나 냉철함을 적절히 발견하게 되는
그런사람.
가을바람이 불어와서 마음한자락에 슬며시 가을냄새가 들어와
앉아 '가을병'증이 도지면 생각나는 사람(그가 가을느낌을
물씬 풍겼으므로)
첫가을이 시작되려는 때 한밤에 듣던 밤벌레 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메일을 쓰고 싶은사람,,,,
사십이 넘었는데도 볼한가운데 어디쯤 소녀의 감성을 숨겨
두었다가 적절히 붉게 물들이줄 아는 사람인
그분으로 부터 너무 오랫만에 전화를 받았던 아침이었다.
우선은 반가운 마음이 왈칵 몰려 들어서
'그간 잘 지내셨나고" 묻는 내 입가에도 미소가 길다랗게
걸렸었다.
그분은 우선 미안하다고 했다. 여러번 메일을 받아 보면서도
답장을 하지 못해서.... 변명아닌 변명을 해야 겠으니
좀 들어 주라고 했다.
시댁일로 마음이 무척이나 상했었고 지금도 그일로 잠을 들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대책없이 소비욕구가 강한 시동생의 부채를 자신이 떠안게 되었는데
그돈이면 웬만한 아파트 한채를 마련할 돈이라 했다.
시동생이라 함은 그 나이로 봐서도 그렇고 아직 시부모님이
두분 모두 멀쩡하신데 왜 그런 뒤치닥 거리까지 맡아 하게
되었느냐고, 그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되물어 보았다..
시어머님이란 분이 심장이 약한데다 고혈압이 있어서
무슨 일앞에서면 그냥 거품물고 쓰러지시는 분이라
안되고 시아버님은 대단한 성격의 시어머니앞에선
꼼짝도 못하시는 특이한(?) 분이라 또 안되고
어쨌든 혼자 해결해 보려는 남편은 무척이나 연약하고
소심해서 밤마다 무릎을 꿇어 보이며 이번 한번만
봐달라며 애원을 하는 중이라 했다.
친정이 어느정도 가진게 있어서 얼마전에 집을 살때도
친정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은 결혼해서 다른건 몰라도 돈걱정은 안하고 살게
될거라 믿었다고 했다.
삶의 명암이 이렇게 엇갈리는 일이 다 생겨서 요즈음
죽을 맛이라고 ... 남편의 소침한 모습과 시동생으로 하여
갚아야 할 당장의 돈문제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고.... 이런 하소연 다 소용없지만 자신이 살아오면서
이토록이나 허무했던 적도 드물었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답장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노라고
했다... 그리고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강화도에
다녀온 얘기 읽으며 자신도 가을여행한번 꿈이라도 꾸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이고는 전화를 끊었다.
자태가 참 고운 그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다 한번 만나면 서로 좋아하는 영화얘기로 시간 가는줄
몰랐던 그분의 결고운 미소도 떠올랐다.
사람이 살아간다 함은,
저홀로 살아가는 일은 아닐테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일은
어째 그토록이나 험준한 산맥으로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고 푸념아닌 푸념을 하던 모습이 겹쳐져서
오늘따라 흐린가을 하늘이 펼쳐진 아래로
낮은 바람이 불어와 내가 마음이 뒤숭숭해져 온다.
아이학교 개교기념일이 낼모레라
조촐한 가을여행을 다녀 올거라니,
그곳에 가거든 예쁘게 단풍든 걸로 나뭇잎 몇개만
갖다 달라던 그분의 쓸쓸한 목소리가
오늘따라 귓가를 자꾸만 맴도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