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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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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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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 2001-06-13

오늘 긴 가뭄끝에 결국은 단비가 오는군요.
이렇게 흐리고 비가오는 날이면 엄마얼굴이 생각납니다.
이런날은 동생이랑 마루에 둘러앉아 호떡을 해먹기 여사였어요.

다른 여느 어머니도 일속에 묻혀 노동의 세월을 사셨겠지만
제 어머니 또한 일로 하루를 여시고 일로 하루를 접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전 그런 어머닐 보며 어머니라는 이름은 일하는게 당연하며, 또한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만 3남 1여의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보수적인 외할머니밑에서 걸음마 순간부터 일속에 사셔야 했습니다. 집이 가난해서도 일손이 딱히 부족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딸이기 때문에....
10년 넘게 길러온 머리를 자르면서까지 중학교라도 보내달라 조르던 엄말 외할머닌 단지 딸이기 때문에 그냥 흘러 버렸습니다.
물론 제 외할머니 또한 고난의 세월을 사셨습니다.
일로 손마디가 굵어지고, 외삼촌 몇몇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면서 가슴에 홧병도 키우면서.....
우리네 외할머니 어머니 거의 모두가 이런 세월을 사시지 않았을까요?

남자들이 만들어놓은 고정관념, 관습속에서 그게 도덕이고 법인양 그렇게......
그러나 어쩌면 남자들도 불쌍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속에서 자신들도 희생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가정을 부양해야 하고, 힘도 세어야 하고 권위적이여야 하고...... 또한 그 권위때문에 가족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그 많은 세월을 뒤로하고 요사이 그런 고정관념이 변해감을 느낍니다.
이젠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딸들도 그리 많지 않음을 느낄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변화는 제 아들에게도 너무 잘 된 일인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가 와서일까요?
왠 넋두리......
오늘은 엄마가 농삿일 나가면서 하신 혼잣말이 생각납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들었는데 잊혀지지 않고 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같다고.....
엄만 그렇게 끔찍스러워 하시는 노동을 지금 이순간도 계속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희생위에 선 저는 지금 편안하게,
회사책상머리에서 사이버 세상을 구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