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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와 늙은 아저씨..


BY 키키 2000-09-01

수레와 늙은 아저씨..


새벽공기를 들이 마시며 골목길을 나서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늙은 아저씨 한 분이 계시다.
인사를 하면 항상 웃는 얼굴로 답해 주신다.
"" 어..어.그려.."
늘 그런것처럼 그 아저씨는 꼬부라지다 못해 잘못보면 아예 수루마에 매달려 있는 듯 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지나치다가도 다시한번 뒤를 돌아본다.
나도 출근을 일찍하는 편이지마는 그 나이 든 아저씨의 부지런함에는 감히 따라갈 수가 없는 듯 하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그 아저씨를 받쳐주는 옷은 1년내내 한 가지 뿐이다.
어찌보면 지저분해 보일지 모르나 그 아저씨는 나름대로 입을때까지 입는 그런 습성이 있는 것도 같았다.
작년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저씨는 결코 돈이 필요해서 그리 파지나 병을 주우러 다니는 것이 아니며, 또 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간혹 말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밥 벌이를 막는다며 뒷 말들을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전부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무수한 소문이 나 돌아도 그 아저씨와 수루마와 함께 동네를 하루종일 누비는 건 변하지를 않는다.
그 추운 겨울에도 그 아저씨는 똑 같은 모습으로 굽어진 허리를 더욱 구부린 듯한 착각을 느끼게하며 작은 수레를 끌면서 천천히 작은 아이들의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듯한 몸짓으로 울 동네를 새벽부터 누비고 다니신다.
알고보니..내가 사는 집 바로 밑에있는 주차장 한 모퉁이가 그 아저씨가 가장 아끼시는 수레의 정류장이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빨래를 널다가도 그 아저씨의 힘들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때는 나도 모르게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를 그 아저씨는 시간도 염려에 두지않은 채 마냥 걸어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였다.
언제부터인지 난 병을 수퍼에 갔다주지 않고 그 아저씨에게 주기로 했다..
그게 그 아저씨의 마음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아저씨가 그리 힘들게 모은것을 바꿔서 술을 먹는다는 그런 소문도 있었다.
허나, 그 아저씨가 술을 먹든 말든 그 아저씨의 사는 모습이니 거기까지는 내가 참견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하옇튼, 그 술을 먹기위해 그리 힘들게 일을 한다는 그 자체가 난 놀라운 것이었다.
술병이 쌓이면 그 늙은 아저씨의 느린 발걸음에 맞추어서
할수없이 하루종일 끌려다니는 수레가 생각이 가끔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