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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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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해요...


BY my꽃뜨락 2001-06-13



후배에게 하소연성 전화가 왔다.
언니야, 울 엄마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건
친정엄만데도 그러니 시어머니는 말해 무얼 하겠노?
왜 노인네가 어찌 하는데?

우리 집에 세달째 계시잖아? 그런데 무슨 노인네가
고집은 황소고집에다 다른 식구 생각않고 당신 멋
대로 하시고, 또 삐지기는 왜그리 잘 삐지는지, 무
슨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세상에, 새벽 5시부터 텔레비를 켜갖고는 밤 늦게
까지 주야장창 틀어대고, 얘들 기말고사를 보는데
도 까딱않고 텔레비 끼고 살아요. 그래서 저것들
둘 다 평균이 5점이나 내려갔다니까...

더군다나 무슨 노인네가 텔레비 아니면 방구석에
꼼짝않고 들어앉아 책만 끼고 있으니 내가 숨을
쉴 수가 있어야지? 하도 꼴 보기 싫어 말을 안
하고 살았더니 당신도 삐져서 나하고는 한마디
말도 않고 쨔프등하니 산다니까...

에구, 얼른 가셔야 내가 살지? 오늘도 온다간
다 말없이 나가셨다니까. 아마 곤지암 사시는
친구집에 가셨을거야. 모레 가신다는데 준비
물도 말도 없이 당신이 꾸리는 거 있지?

더럽고 치사해서 딸년한테 부탁하기 싫다는
거겠지? 그래, 그 노인네 성깔이 보통이 아
니시잖아? 그리고 평생 살림 안하시고 직장
생활로 정년을 채우셨으니 다른 노인네하고
는 많이 다르겠지. 더군나나 그 연세에 대
학까지 나온 인텔리니 오죽하겠냐? 네가 그
러려지 하고 넘어가야지...

언니, 우리 늙으면 당최 자식들 근처엔 얼
씬도 말고 늙은 것끼리 모여살자. 혼자서
도 잘해요 하면서... 그리고 나는 늙어서
는 절대로 책 안보고 살거야. 늙을수록
활달하게 남과 어울려 밖으로 싱싱 다니
며 살아야지, 이건 원 방구석에서 몽그작
거리시며 고양이같이 옹크리고 있으시니.
하여튼 늙을수록 성격이 좋아야 한다니까?

그리고 말이야. 자식한테 괜히 기대고 안
해주면 삐지고 그러지 말자...자식이란게
낳아서 재롱 떨고 우리를 기쁘게 해줬으면
소임을 다 한거지 아니, 우리가 뭐 노후보
험으로 새끼 놔났간? 책임 지라고 달려들
게? 새끼 아니면 우리가 웃고 살 일이 뭐
있겠어? 그저 아이들이 크면 둥지에서 훨
훨 날아가듯 부모 품을 떠나는 것이지...

늙어서 사리분별 못하고 뗑깡 부리면 우
리 서로서로 야단치고 그렇게 못하게 하
며 삽시다. 내가 우리 집, 양로원으로 개
방할께...낄낄낄. 물론 언니는 자연뽕으
로 받아들일테니 걱정 마.

그나저나 그 노인네 딸년한테 정나미 떨
어져 내년에는 안나오시겠다. 완전 독일
에서 돌아가시게 되겠구만? 그렇지 당신
도 독일에서 일하고 연금 받으시고, 아
들들도 거기 사니 우리나라에 오셔서 돌
아가실 일이 있겠어? 대흡이가 방 4개짜
리 큰 집을 사서 이사가는데 엄마 같이
사시자고 말씀 드린다 해서 내가 말렸다
니까. 친정엄만데도 내가 이렇게 힘든데
올케는 어찌하겠어?

야야, 2시간 다 됐다. 너네 전화요금 엄
청 나오겠다. 그만 끊어라... 아구, 오전
엔 전화통으로 수다 떨다 시간 다 갔고나.
어쨋거나 오늘부로 내 노후는 완전해결이
니 땡이로구나! 히히...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