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도 많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어쨌건 임시로라도 백수의 생활을 벗어났고
가게도 그럭저럭 운영이 되 가는 것 같다.
그녀가 워낙 깔끔하게 장사를 잘하니까
남학생들의 주머니는 거의 털어내고 있었다.^^;
가끔씩 내가 언제 백수였었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게 정식 직장이 아니니 불안하긴 하지만.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면
팔짱을 낀 커플들이 오가는게 보인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모습이 부럽지 않다...^^
근데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고 그랬던가.
거시기 머냐 그녀와
그....결..혼 비스무리한게 하고 싶다...-.-
근데 아직 그녀와 거기까지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은 없다.
물론 별 탈이 없다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만
기왕 하는 거 걍 지금 하고 싶다...^^;;
주위에서 친구들도 자꾸 부추긴다.
"얌마, 여자는 언제 맘 바뀔지 모르는 거야. 지금 결혼 해 버려."
"마! 좋아하면 하는 거지, 아직까지 말도 못 꺼내 봤다는 게 말이나 돼."
물론 그녀가 맘이 바뀌고 그럴 여자는 아니라는거 안다.
그치만 솔직히 쬐끔은 불안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집에서도 그런다.
얼마전에 인사를 시켰더니 엄마는 그녀의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라 그런다.
무슨 큰 은혜라도 입은 듯이 고마워 한다...-.-
엄마는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게 믿기지 않는지 있을 때 얼른 하란다.
딸라빚이나 사채를 얻어서라도 전세방 한 칸은 마련해 준다면서...-.-
여동생은 한 술 더뜬다.
지금 언니가 잠시 눈에 뭐가 씌인 상태일 때 잡아야 한단다.
그리고 이제 얼굴 보기도 질리니까 나가서 살란다.
...나가기 전에 꼭 한 대 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근데.....아우~~~ 어떻게 얘기하지....ㅠ.ㅠ
그리고 그녀 집에서도 내가 임시직인거 아는데 좋아할리도 없구..
에이...그 때 괜히 술 취해서 그런 얘기는 해 가지구...ㅠ.ㅠ
------백조-------------
며칠 전 일요일 날 큰 맘 먹고 쉬면서 고궁엘 갔다.
초가을 인데도 결혼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히....전나 부러웠다.
뭐가 그렇게들 좋다구 헤벨레~ 하면서 웃는지....ㅜ.ㅜ
이 인간은 암말두 않구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농담이라두 "우리도 결혼 할까?" 하고 물어봐주면 좀 어때서.
물론 "꿈깨셔~~!!" 하면서 한 대 날렸겠지만..^^;;
생각해보니 해서 안 될 것두 없을 거 같은데..
그의 어머니랑 집안 식구들도 모두 좋으신 분이고..^^
근데 이 인간이 그 비슷한 얘기도 없으니...ㅠ.ㅠ
그건 그렇구 이 인간은 요즘 왜 이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멍~ 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담.
물론 내가 이쁜거야 알지만 ^^;
그럼 이쁘다고 말을 하던가...-.-
아닌가, 얼굴에 낀 기미를 알아챘나..ㅜ.ㅜ
씨...나이 먹어가니가 자꾸 얼굴에 잡티 같은 것만 늘어나구.
암튼 꼭 X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쳐다 보기만 한다.
내가 "모~~ 할 말 있어?" 하면
"아니...." 하면서 한숨만 폭 쉬고...
혹시 나 몰래 바람이라도 났나?
물론 그랬다간 그자리에서 사망이지만.
아냐, 정말 그럴지도 몰라.
남자들은 믿을수가 없어.
얼마전에 둘째 형부도 언니한테 신고(?) 안 하고 룸싸롱 갖다가
걸려서 손이 발이 되게 빌었었잖아.
하여간 그새를 못 참아서 언니가 친정에 와서 하루 자는 날
휭하니 룸싸롱으로 달려 간담.
잘 지켜봐야 겠다.
하긴 학교에 어린 여자애들이 좀 많어.
괜히 잘해주는 척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하면서
접근할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암튼 그랬다간 나도 어린 놈이랑 맞바람이니까 알아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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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정말로 입이 안 떨어진다.
어떻게 하지..ㅜ.ㅜ
안 되겠다.
편지를 써야겠다.
며칠에 거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어버린 것만 해도 수십장은 될 거 같다.
워드로 친다음 편지로 베껴 적으려 했는데
그렇게 할려니까 도저히 감정이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는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일요일, 손님이 없을 때 그녀에게 이야기 하려 했다.
근데 젠장 갑자기 단체 손님 왔다고 빨리 나오란다...ㅜ.ㅜ
어쩔 수 없이 몇 시간을 꼼짝 못하고 음식을 날라야 했다.
간신히 치루고 났더니 그녀는 피곤한지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어 버렸다.
곤히 자는 걸 깨워야 되나 어쩌나...
자니? 하면서 흔들어 봤더니 "어우~ 피곤해." 하면서 짜증을 낸다.
참.... 일 더럽게 꼬인다.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내리고 있었다.
잠시 동네 산책을 했다.
곱창집을 지나치는데 밖에 모여 계시던 동네 분들이 손짓을 하셨다.
"색시는 어따 두고 혼자서 뭘 해?"
"예...지금 피곤해서 잠시 자거든요."
"양복 쏙 빼 입으니까 새신랑 같네. 한 잔 받어"
"저.. 괜찮습니다."
"받어! 이 사람아, 일요일이라 손님도 없잖아."
"예, 그럼 한 잔만^^."
한 병을 넘게 마셔버렸다...ㅠ.ㅠ
알딸딸 했다.
젠장 이 정신으로 확 얘기해 버릴까...
아냐 낼 얘기하자.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갔더니
어디서 술 먹고 들어오냐며 화를 낸다.
안 풀린다. 안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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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생리중이라 기분도 안 좋은데 이 인간이 속을 뒤집어 놓네..
단골인 풍물패 애들이 예약을 해서 일찍부터 나와야 했다.
근데 늦게 나와서는 또 슬슬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 할 말 있음 하라니까."
"아냐, 너 피곤해 보여서..."
"양복은 왜 입었어? 어디 가?"
"아니 아까 친척 결혼식 갖다 오느라구."
"그런 얘기 없었잖아."
"응 갑자기 생겼어."
"무슨 없던 결혼식이 갑자기 생겨."
"아니 오늘 알게 됐다구..."
......정말 나한테 말 안하는 무슨 꿍꿍이가 있나 보다.
아무래도 오늘 담판을 지어야 되겠다.
단체 손님이 나간 후 머리도 아프고 피곤해져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그새 나가서 술을 마시고 왔다....ㅜ.ㅜ
"혼자 그렇게 술이 잘 먹혀?"
"어쩔 수 없었어. 동네 분들이 자꾸 권해서."
"뭐 그렇게 고민거리가 많아서 술을 마시는데?"
"무슨 고민거리?"
"아유 몰라, 짜증나니까 오늘 먼저 들어가."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데?"
"먼저 들어가, 나도 금방 들어갈거야."
떠밀듯이 해서 먼저 들여 보냈다.
술 먹은 사람이랑 얘기해야 나만 피곤해지지.
혼자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니까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정리하다보니 그가 가방을 놓고 간게 눈에 띄였다.
학교로 첫 출근 할 때 내가 사준 것 이었다.
그가 어린아이 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근데 문득 가방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그 왜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꼭 그런데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증거물을 남기고 그러지 않던가.
별 건 없었다.
껌, 라이타...복권....하여간 그 놈의 복권은...ㅜ.ㅜ
응 이건 뭐지..노래 테잎인데..
열창 노래방?
이 인간이 누구랑 노래방엘 갔었지.
오디오에 넣고 틀어 보았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어때 잘들려?"
그의 목소리였다..^^
"편지로 쓰려 했는데 잘 안 되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나 지금 너에게 청혼 하는 거거든. 많이 쑥스럽고 그러네.....
.................................................
.......삶이 그리고 사랑이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란 거 물론 잘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밝게 그리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앞날을
꿈꾸고 있고 그 미래를 너를 향해 걸고 싶어.
물론 때로는 너에 대해 싫증이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건.... 너도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것 만은 약속 할 수 있어.
어떤 순간이 닥쳐 오더라도 너를 위해 약속한
너의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지 않을게.
기쁜 순간은 물론 슬픈고 힘든 순간에도 난 니 옆에 있을 거야.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고 어디로 가지도 않을 거야.
나와 결혼 해 주겠니.....
좀 더 멋진 말을 해 주지 못 해 미안하네. 내가 좀 그렇잖아...^^
대신 너를 위해서 노래를 준비했어. 잠깐만.......
어,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란 노랜데 아는지 모르겠네..
언젠가 그대에게 준
눈부신 꽃다발
그 빛도 향기도 머잖아
슬프게 시들고
꽃보다 예쁜 그대도
힘없이 지겠지만
그때엔 꽃과 다른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거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게
그대 눈물이 마를 때까지
내가 지켜준다고
멀고먼 훗날 지금을 회상하며
작은 입맞춤을 할수 있다면
이 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이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수많은 사람들중에
그댈 만난걸 감사해."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손님이 들어오다가 울고 있으니까 깜짝 놀란다.
"죄송합니다. 지금 문 닫으려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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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모르겠다.
하긴 괜히 혼자 술 먹고 들어가니까 화 낼 만도 하지.
오늘은 일찍 자고
낼 다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엥! 근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화가 안 풀렸나? 무섭다...
"나 지금 오빠네 집 앞이야."
"어? 지금 왠 일로? 들어와."
"아니 잠깐만 나와 봐."
아무래도 한 대 맞을 거 같다.
에휴, 할 수 없지 뭐, 싹싹 빌어야지...ㅠ.ㅠ
가로등 아래에 그녀가 서 있다.
"가방 두고 갔더라."
"어...갑자기 나오느라구..."
"그리고 이것도."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테잎을 손에서 펼쳐 보였다.
읔!! 딱 걸렸....아니 들었구나...!!
"....들었어?"
말 없이 땅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해야 할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오빠 나한테 할 말 없어...?"
"그렇게....해 주겠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일 듯 말 듯 웃는다.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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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서 귓 볼까지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러운 건 오늘이 처음이다.
한참을 서로 피식 거리며 웃고 있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고 예쁜 시계였다.
손목에 채워주며 그가 말했다.
"이거 비싼 거 아냐, 하지만 이 바늘이 너의 손목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시간 동안 나도 늘 너의 곁에 있을게."
"약 떨어져서 멈춰서면?^^"
분위기 깬다며
그가 쥐어박는 시늉을 한다.
"임마, 그럼 그 잃어버린 시간만큼 내가 채워주지."
그러더니 집에다 대고 "엄마~~~ 며느리 왔어요~~" 하고 소리를 친다.
하여간 못 말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