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에 운전하기
휴~~~
간신히 들어왔어요.
왜냐면 11시 정각에 집을 출발하여, 종로3가에서 술 먹구
있는 남편님을 모시고 다시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왔거든요.
정확히 40분이 걸렸어요. 왕복시간치곤 좀 빨랐지요?
밤시간이라 운전하기 아주 좋더군요.
바람에 낙엽이 어찌나 많이 흩날리는지 꼭 영화 '닥터지바고'의
눈이 마구 오는 장면 같았어요....
영화 주인공이 된 기분... 좋잖아요?
술이 좀 취한 남편은 공연히 황송해서는
'우리 마누라 맞나?'
하면서 차 문을 삐꼼히 열었지요.
'치... 미안하면 그렇게 술이나 먹지 말지...'
지하철이 운행되는 시간이라 그걸 타고 들어와도 되지만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걱정하시느랴 시어머님께서
잠을 안 주무시잖아요.
'니가 가서 데려오면 좋겠다...'
하시기에 밤운전을 좋아하는 저는 얼른 나섰지요.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시고야 한눈을 찡끗하시며
주무시러 들어가셨어요.
부모님 눈에 우리는 영원히 아기인가 봐요...
2. 소포받아보기
한동네 같이 살며 다정하게 지내시던 분이 딴 동네로 이살가셨구, 지인 몇분하고 그집 집들이를 다녀왔었는데, 오후에 그분이 전활하셨어요.
'소포를 보냈는데, 오늘 도착할거야... 별거 아니니 그때 함께 우리집에 오셨던 분들에게 나눠줘...진짜 별거 아냐...'
소포라니요?
얼마만에 받아보는 소포에요?
아니나 다를까 경비아저씨에게서 인터폰으로 소포왔다는 연락이 와 물건을 받아왔다니 선물꾸러미가 그집을 방문했던 사람 숫자만큼 있는데, 포장지를 열어보니 바로 손수건이었어요.
아마 무척 고심을 하셨던가봐요.
어떤 선물을 줘야 부담 갖지않고, 부피도 작으면서 실속있게 쓸 수 있을까... 하고요.
너무 예쁘고 차분한 색깔이 꼭 그 분을 닮았어요.
물건 하나하나, 옷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그 소유자하고 참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고마운데 말로만 고맙다고 한건 아닌지 다음에 뵈면 정말 맛있는 녹차라도 한잔 드려야겠어요.
3. 이모생각
제게는 미국에 오래전에 이민가서 살고 계신 이모가 한분 계세요. 나와는 그리 많은 나이가 차이지지 않아 꼭 큰언니같이 생각하며 지낸 이모인데, 이모가 결혼하기 전엔 저희집에서 함께 몇년간 생활 한 적이 있어서 무척 정이 든 이모지요.
이맘때가 되면 그 이모가 참 많이 생각나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요.
카드를 꼭 보내드려야지.... 편지를 드려야지....하다가 벌써 몇년째 엽서한장도 못 보내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많은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과 같은 건가요?
계절에마다, 어떤 장소에마다, 사소한 물건에마다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나가고 있는 것이 바로 세월이 지나가고, 우리도 차츰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 겨울엔 또 어떤 추억을 만들까요?
전, 요즘 아줌마.컴에서 글을 열심히 쓰는 추억을 만들려고 해요. 많은 분들을 알게 되어서 또한 기쁘고요.
제가 아는 분들에게도 이 싸이트를 많이 소개하고 있거든요.
아줌마.컴의 추억이 아름답게 쌓이기를 바라면서,
술 먹고 들어와 조금은 얄밉지만 그래두 열심히 양치질 하고 나와 침대에 큰 대자 누워 있는 남편 옆으로 들어가야겠어요.
(코고는 소리를 어떻게 참을까나.... 오늘밤 잠은 다 잤다...)
편안한 밤 되세요.
낼 아침은 진짜 춥다고 하니, 온 가족들 단단히 무장시켜서 외출시켜야겠네요.
갑작스런 추위에 조심하세요.
우리 주부들의 건강이야말로 온 가족, 나라의 건강의 초석이니깐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