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화에 대해
한마디로 재미는 없지만 의미있는 영화다.
재미? 별루다.
영화는 세간의 논쟁의 촛점이 무엇인지 의아할 정도로 평범하다.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만들었기에 영화로서의 극적 재미도 없고 눈이 팽팽 돌아가는 현란한 기교도 없고 인상 깊은 영상미도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혼자 추레하게 늙어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다가다 눈이 맞아서 알콩달콩 사랑하기도 하고 어린애 처럼 다투기도 하며 사는 평범한 일상을 연출되지도 않고 가공되지도 않은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노부부의 정사 신이 문제된다고?
솔직히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봤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어떤 장면이 문제인지 조차도 모르겠다. 리얼한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하도 자연스러워서 의식하지도 못했다.
이미 기존의 영화에서 수없이 봐왔던 다른 정사 신보다도 훨씬 덜 자극적이었다. 아니 자극적이란 말 자체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했고 눈요기감도 못되는 수준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노인들의 육체와 정사 장면은 더 이상 美醜로 평가되는 대상이 아니다. 자연 그 자체다. 카메라는 그저 차창 옆으로 스쳐가는 수 많은 풍경 중에 하나를 잡은 것에 불과할 뿐, 거기에 어떤 치장도 하지 않았고 수식어를 달지도 않았다. 찍힌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영화는 노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노년의 삶이 사랑에 의해 풍요로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만병통치 약도 아니라고 말한다. 비 오는 날, 비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은 여전히 처연하고 층계를 오르는 숨은 여전히 가쁘다.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유효 기간이 영원한 묘약이다.
2. 영화 심의에 대해
나는 일단 자식을 기르는 부모로써 영화를 사전에 심의하고 등급을 결정하는 제도에 대해 찬성한다. 나는 심의위원들의 양식이 보통이라고 믿고 싶으며 그들이 나를 대신해서 사전에 영화를 보고 내 아이가 볼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내가 그 영화를 안심하고 아이와 함께 볼수 있는지를 결정해 주는 것을 지지한다.
본 영화에 대한 논란을 다음 세가지 입장에서 정리해보자.
첫째, 심의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
주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인데 예술 작품을 어떤한 이유로도 심의할 수 없으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제도, 관습, 법을 거부한다. 이들은 기회있을때마다 심의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이는 표현의 무제한적 자유를 요구하는 것으로써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요구이다. 그들도 포르노나 폭력적인 영화가 무차별적으로 자기 자식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원치 않을것이다.
둘째, 심의의 잣대가 공정하냐의 문제인데
소위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어떤 기준으로 구별하며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에 대해 커다란 의구심을 나타내는 입장이다. 사실 기준을 정하는 문제는 상식과 관습, 보편적 정서 등등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 밖에 없는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세부 지침이 있다고는 하나 외설과 예술의 구분은 전적으로 주관적 감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다분히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기준으로 영화 등급을 심의하는 것은 형평성의 논란을 부를 수 있고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세째, 당 영화의 문제 장면이 정말 문제 장면이냐 하는 것인데
내가 본 필름에는 논쟁의 촛점이 된 성기의 직접적인 노출이나 오럴색스 장면은 없었다. 동국대학교에서 상영된것을 보았는데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거나 색조 처리를 어둡게 처리한 것 같았다. 정사 장면이 나오기는 하나 다른 국산 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으며 뭐가 논쟁거리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만약에 심의위원회에 제출된 필름에 성기와 체모의 노출과 오럴색스 장면이 있다면 등급 외 판정을 내린 위원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소위 포르노 영화에서의 노출 정도를 훨씬 뛰어 넘기때문이다.
그런데 그 장면이 보통 사람들을 성적으로 자극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장면인가 하는 의아심이 드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서 전혀 아닐것으로 짐작된다. 영화 전편의 분위기는 밝고 유쾌하며 서로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천진하고 사랑스럽기조차하다. 길고 리얼한 정사신이 있기는 하나 자극과는 거리가 영 멀고 (변태면 또 모를까) 해피엔드나 취화선의 정사 장면에 훨씬 못미친다.
'죽어도 좋아'는 예술 영화로써의 완성도 보다는 주제의 사회성....,주변으로 밀려난 노인들의 사랑과 성, 그리고 그분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관심 환기에 촛점을 맞춰본다면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노인들도 젊은이 못지않게 사랑을 갈구하며 노약자로 전락해 타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행복에 대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것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함을 생각케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문제의 장면을 다소 수정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게했으면 하는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