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한켠에 주인의 무관심에도아랑곳 않고 자란 초록잎이 늦봄햇살에 불쑥자라꽃잎을 튀웁니다.
복실복실한 한덩어리 붉은 봉숭화 꽃.봉숭화꽃이 피면 언니와 나는 짧은치마 치켜들고 꽃과 연한 꽃잎을 골라 따기 시작합니다. 복실복실한 꽃들 사이로 부지런한 꽃이 이미 만들어놓은 씨앗 주머니도 군데군데 박혀 있지요.
우린 투명하고 야들야들한 비닐종이를 길게길게 손톱묶을 길이에 맞게 잘라 가지런히 마루바닥에 펴 놓았습니다. 조금 두꺼운 비닐종이 마루에 깔고 우린 절구통에 절구대신 쓰던 돌덩이를 엄마몰래 가져와 백반가루넣어 조근조근 짖이기기 시작합니다. 꽃이 짖이겨지고 붉은물이 죽죽비닐에 스며들면, 검붉은 봉숭화 덩이를 손가락 수많큼 크기를맞춰 덩어리 지어놓습니다. 언니먼저 손톱에 봉숭화를 조심히 놓고 비닐을 묶을땐 삐툴어지지 않게 번지지않게 너무 세게도,빠지지않게 너무 힘없이도 말고, 아주 신중하게 묶어줍니다. 10손가락을 다마치면 ㅅ양손은 비닐이 팔락거려 가위로 깨끗이 잘라줍니다.
그다음은 내 차례 하지만 이미 손가락이 불편한 언니는 대충대충 내 손을 묶어 줍니다. 나는 모자란 봉숭화로 겨우겨우 마쳤지만 입은 이미 나와 있었지요 . 그리고 양손을 쫙-펴고 잠이 듭니다. 잘되길 빌면서 그러나 깨어보면 몇개는 이미빠져 머리에 엉켜있고, 몇개만이 손마디까지 쪼글쪼글 해져 붉게 들여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리고 첫눈이 오기까지 빠지질 않길 바래봅니다.
날씨가 좋으니 옛생각이 납니다. 추억이없는 사람은 눈속에서도 얼어 죽는다는 말이 생ㄱ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