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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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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맞은 기억


BY 공주 2000-11-20

어릴적부터,
아버지에게 사랑의 매를 신나게 얻어터지며 컷어요. 거실벽에 항상 협박용으로 회초리를 걸어두셨는데, 때릴때도 대강의 순서에 정해서 때리시더군요

흉기를 보자면,실내 스리퍼 --> 먼지 털이개 -->빗자루 --> 벽에 걸어논 회초리 --> 야구 방망이 (요걸로는 딱 한번 맞아봤네요) --> 아무꺼나.

내용으로 보자면, 소리를 지른다 --> 반성을 요구한다 (이때 그냥 무조건 반성을 해버리면 상황 끝) -->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 정해진 흉기의 순서로 차례 차례 들어 때린다 --> 팬다 -->무릎을 꿀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 맛있는것을 사주거나 현금을 왕창 준다.

진짜 엄청 얻어터졌지요.

마지막으로 얻어터진 기억은, 내 나이 스므살때.
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마구 소리를 지르시더니 실내스리퍼를 생략하고 먼지털이개를 드시더군요. 먼지털이개를 딱 드는 순간, 제가 아버지 팔목을 딱 잡았지요.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것이,

맞고는 안 살아.
누가 나를 때려.
나를 때릴수 있을것 같아? 어림도 없어.

그러니까, 아버지가 마루바닥에 탁 주저앉으시더군요. 그 후로는 한번도 아버지에게 덤벼본적이 없어요. 맞는것이 무서워서 안 덤빈것이 아니고, 그렇게 주저앉으시는 아버지를 보니 함부로 잘못 덤볐다가 아버지가 잘못될까봐 겁이 나서 감회 못 덤비겠더군요.

그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누군가에게 맞아본 일이 없네요.

성격이 포악한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하셨다는 분들의 글 (이건 게시판용 언어이고, 내 언어로는 성질 더러운 숫컷들에게 얻어터지셨다는 분들), 그 글들을 읽으니 기분이 오래동안 우울하네요.
나같은 사람은
그냥 옆에서 가슴만 아파해주면 되는것일까요.
내가 할수있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면, 나같은 사람은 그걸로 되는것일까요.
정의.
나같은 사람은 그냥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는면, 그러면 그냥 족한, 그런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