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리내요.
며칠전 시골에 갔다가 거의 말라서 싹도 튀우지 못한 깨밭을 보면서,
정말 단비가 와야할텐데 싶더니
사람맘이 간사하다고,막상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반가운 맘은 둘째로
운전연습하는데 힘들겠다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마치 먼 옛날같은 20살 시절의 일이 떠오르네요.
우린 삼총사처럼 다정했어요.
정작 여고시절엔 반이달라 모르고 지냈지만 같은대학에 진학하면서 급속히 친해졌죠.
수업이 달라도 어쨋건 집에 갈땐 늘 함께였으니까요.
비가 오면 학교앞이든,넘의학교 부산대학교앞이든, 우리는 꼭 학사 주점으로 갔답니다.
지금은 없어진 부산대학교앞의 주귀(酒鬼)라는 주점은 소위 우리의 아지트였죠?
구수한 노가리랑 뜨거운 오뎅탕이면 늘 푸짐한 술자리가 만들어졌어요.
근데 참 이상하죠?
그 집만 가면 우리 중 하나는 어김없이 카타르시스에 빠지는거에요.
우리가 순진한건지 아님 그 집의 마법에 걸린건지...
온갖 얘기랑 웃고 울던 그때 그자리
그때가 그립습니다.
비가 오면 빨래 걱정하는 아줌마의 맘이 아닌 그저 낭만과 사랑이
넘쳤던 아름다운 시절이 문득 그립습니다.
오늘은 비가와서 손님도 뜸하고 ,이웃들을 불러서 술을 마셨어요.
쓰기만한 소주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 정겨운 이웃이 있어서겠죠?
장사를 걱정해주는 맏언니 인숙이언니랑 보그미 언니 다들 고마운 분들입니다.
비가오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알달딸한 기분에 두서없는 글을 적는 지금 저요? 행복합니다.
님들도 행복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