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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밥상!


BY 소낙비 2001-06-04

어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도다리를 넣고
미역국을 맛있게 끓여놓고
바다내음이 물씬 나는 가오리에 무우,배, 미나리를
넣어 새콤 달콤하게 무쳐놓고,
밥솥두껑을 여니 완두콩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여 내 뱃속에도 전달되었는지 덩달아 소리를 낸다.

'따르릉' 남편의 전화~
저녁먹고 들어간다고 혼자 먹어란다.
김새는 소리-----
에이, 귀찮은데 서서 몇술뜨고 말지 하며
솥두껑을 연채 한숟가락 퍼먹고 반찬을 집어 먹는데
갑자기 서글퍼졌다.
왜 이렇게 부엌데기 마냥 서서 먹어야 되남.

전에 신문귀퉁이에서 어느 50대주부의 글을 본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출가,객지에 다 보내고 남편과 둘이 사는데
허구헌날 남편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니
본인은 아침은 얼렁뚱땅, 점심도 혼자서 대충, 저녁까지
혼자서 먹는둥 마는둥 하니 자신의 삶이 너무 서글퍼서
왜 살아야하는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그 글을 봤을때
당시 나는 내가 만약 그런시절이 온다면 절대
혼자 먹어도 밥상차려서
자리에 편안히 앉아 먹으리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그 짝이다.점심도
집에 있으면 군것질도 때우고,
남편이 저녁먹고 온다면 그냥 싱크대앞에 서서
반찬통채로 꺼내어 몇숟갈 뜨고 만다.


오늘 저녁 밥상을 차렸다. 나만을 위한...
밥을뜨고 미역국을, 가오리 무침도, 김치도,멸치볶음,젓갈...
수저받침도 놓고,
거기다가 와인잔에 얼음 두조각 띄운 포도주한잔을
가득채우고,여왕이 된것처럼 우아하게 앉았다.

멀리 들녘에서 보리수확후에 밭 태우는 냄새가
아련히 묻어 나와 포도주맛이 더 일품인것 같다.

진작 이렇게 먹을걸 싶다.세상에 부자가 누구지...

그런데, 내일도 모레도.. 과연 이렇게 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