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무뚝뚝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늘 한결같습니다.

어쩌면 너무 지루하게 화도 낼 줄 모릅니다.

그 여자는 음악을 사랑합니다.
하루중의 얼만큼의 시간은 꼭 음악을 듣는데 할애합니다.

그러지 않고 밥만 먹으면 왠지 허기지고 마음이 배고프니까요.

그 여자는 예쁜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여자 화원앞에 지나가면 그냥 못 지나갑니다.

하다 못해 들풀 한점이라도 꼭 안고서야 집엘 가지요.

그 여자는 머그잔을 무척 아낍니다.
특히 나란히 두개씩 놓여 있는 머그잔을 보면
자꾸만 갖고 싶어집니다.

그리운 사람끼리 잔잔한 이야기 나누는 풍경이 머리속에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 그여자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나누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들이 세상에서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녀이기에

그녀는 수십개의 머그잔을 모아 두었습니다.

언젠가 그녀를 사랑으로 대하는 이들이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며 한번씩 마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 만큼은 서로의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우리네 삶의 아주 진솔한 시간들이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을 함께 해 줄 머그잔을 좋아합니다.

추억이 묻어 있고, 망설임이 묻어 있는 그녀의 머그잔들에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지요.

결코 빈잔이 아닌 이야기를 담고 있는 머그잔들을 바라다 볼 때면 그녀는 삶의 공허함도, 고단함도 아주 많이 잊어 버릴 수 있습니다.

친구도 좋고, 연인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도 좋습니다.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테두리 지어진 삶의 기억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기에 어느새

그 모든 것들이 그 여자의 삶속에 있습니다.

덩그라니 놓여진 놈, 예쁜 자태로 한껏 뽐내는 놈,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놈, 그 다양한 모양새가 새삼 그 여자에게 즐거운 일상을 가져다 줍니다.

그 여자는 아주 바쁩니다.
어떤 아티스트가 혼혈을 다해 만든 새로운 음반이 나오면
그 음반을 가슴 가득히 받아들이고 그 아티스트의 인생을 함께 느껴 보고 싶어서이지요.

그 여자네 집 베란다에는 지금쯤 제라늄 꽃과 후크샤라는 꽃이 한창이예요.

날마다 퇴근길 말없이 그 여자를 기다려주는 그들을 그 여자는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맑은 눈동자를 가진 그 여자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소중한 의미를 키워하는 그 여자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며 오늘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