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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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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아버지


BY 저녁노을 2000-08-30

흰머리
꺼부정한 걸음새
작은키
완고해 보이는 입술
다정한 눈매
선이 반듯한 코

누굴까요?
울 시아버지
오늘 아침 티비를 보면서 갑자기,,정말로 갑자기 콧잔등이 시큼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욕탕집 남자들의 이순재의 모습이 살아생전에 꼭 아버님 모습이었다
자상하면서도 완고하고 고지식하시면서도 젊은 사람들을 잘 이해해주셨던 아버님,
너희들 집사서 이사가면 베란다 창고하며 수납장이며 아이들 옷장에 선반까지 모두다 만들어 주시겠다며 그렇게 기다리셨는데,
공부외엔 물질적으로 해주신게 없다며 한사코 용돈도 받지 않으시고 저희 집에 오실때 양손가득 챙겨오시는 그 무거운 짐을 드시고도 절대 택시를 안타시고 버스타시던 아버님,
딸이 없으셔서 딸가신 친구분이 부러우시다고 니가 딸노릇해야 한다고 버릇없이 행동하고 말해도 너그러우셨던 아버님,,
내가 첫 딸 낳고 실망하고 있을때 옆에서 꿀사오시고 호박갖고 오시고,, 팔 바닥에 놓지 마라, 차거운 거 먹지마라, 이불 덮어라,, 챙기시며 "얘, 우리집엔 딸이 귀하다, 아들 딸 생각말고 둘만 낳아라""하시던 아버님,
약주하시고 부르시던 노래,,밤새 화투를 치시고도 아침에 해장 화투를 또 치실 만큼 건강하시더니,,
어느날 미처 아버님에 대한 추억을 간직할 시간도 안주시고,,
정말로 아버님을 좋아했다는 그 한마디 말도 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우리곁을 떠나셨던 아버님,

그런데 아버님!!
저 아버님 마니 생각안하고 그렇게 살아요
언젠가 꿈에서 잠깐 아버님의 뒷모습을 보았어요
예지 아빠가 가끔 그러조,"아부지가 우리 숙이 마니 조아하셨느데,,"하고,,그이도 표현은 안하지만 그리울때가 있나봐요

사람이란 망각이라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 있어서
많은걸 잊고 산다
즐거웠던 것도, 슬펐던 것도, 아픈 기억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모든것이 희미한 잔영으로만 남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의 그리운 감정도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소리에 묻히고
갑지기 들려오느 전화벨소리에 뭉히게 되겠지
그래 그렇게 사는것이겠지
그래도 오늘 같이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에는 그리운 사람을 만껏 그리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