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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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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그림자


BY 임진희 2001-06-03

오월 마지막날 남편 친구부부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오전엔 운동을 하고 오후엔 은행을 들려서

남편을 만나러 갔다.

옥천 휴게소에서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만나기로 했기에

우리는 네시반에 출발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한건 다섯시 반이었다.

남편과 나는 약속이 있으면 언제나 상대방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곤

했다. 그것은 아마도 성격탓이기도 했지만 될수 있으면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온 나름의 규칙같은 것이기도

했다.

십년 넘게 만나왔지만 단 몇분의 차이라도 늘상 우리가 먼저 와서

기다렸다.

그쪽 부인은 이상하게 서둘러서 나와도 언제나 늦는다고 미안해 하기

도 했다.

산에는 싱싱한 나무들이 빛나고 있었다.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그곳에서 머물다가 용문사를 향해서 출발했다.

전날 아주 조금 비를 뿌린덕인지 하늘도 맑고 스치는 경치가 아름다

웠다.

농촌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서 걱정이신데 도시 사는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고생하는 분들의 걱정보다는 모두들 자신의

일이 먼저라 잊고 사는것같다.

남편 친구분이 학교에 계시는데 동료분이 그쪽에 땅을 사서 몇년동안

집을 지을수 있게 다듬어 놓으셨다며 그 분의 소개로 음식점에 갔는데

맛도 깔끔하고 마음편히 쉬었다 올수 있다고 해서 우리를 초대한 것이

다.

용문사는 몇번이나 들렸던 곳이기에 우리는 곧바로 음식점에 갔다.

메뉴는 몇가지 있었는데 닭 백숙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아서 영양 돌솥

밥을 파전과 함께 주문 했는데 소문대로 맛이 깔끔 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

끼리 화제가 바뀌었다.

나보다 한살 아래인 부인은 지금 갱년기를 경험 하는 중이라며 나도

그런 증상이 있는지 물었다.

갑자기 열이나서 한밤중에 배란다에 나가 있으면 또 갑자기 추워서

들어 오기도 하는데 홀몬제는 복용하지 않고 버티는 중이라 했다.

다른 친구들이 이미 홀몬제를 복용하고 증세가 없어졌다는 말을 하니

그 부인은 약은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직 그런 증세는 느끼지 않지만 글쎄 언제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할 일이다.

운동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아직 건강하다.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오니 동료가 땅을 산 곳이 가깝다며 그곳으로

안내 했다.

아니 그런데 잊고 있었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어린 시절 여름밤마다 뒷논에서 들리던 그리운 울음소리였다..

하늘엔 반달이 떴는데 별도 반짝이고 바람도 시원해서 정말 누구

말처럼 아름다운 밤이었다.

남편이 발밑을 보라고 했다.

달 그림자였다. 네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도시에 살면서 언제 달 그림자를 보았던가.

모두들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이는듯 했다.

오늘 오기를 잘 했다고 입을 모았다. 나이는 들었어도 아직 마음속엔

순수한 감정은 남아 있었다.

내년에 퇴직 하면 집을 짓고 살겠다고 땅을 샀다는데 나는 좋기는

하지만 시골에서 살기는 싫다.

남편들은 좋다고 하고 여자들은 싫다고 해서 남자 둘이서 시골에서

살고 여자들은 서울에서 살자고 하며 농담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열시가 넘었다.

개구리 울음과 달 그림자가 작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