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엄마편이 되어 위로해주고 힘이돼 주는
일곱살 큰딸아이가 태어나던 났던 잊지 못할 그날...
결혼 6년만의 출산..(그것도 손꼽히는 전문병원에서 불임크리닉까지 거쳐 얻은) 우리부부의 행복은 거의 극치에 달했다.
임신 5개월째부터 출산용품 구경가고 사들이는 걸 낙으로 하고,
주말마다 손잡고 아기용품 쇼핑에 시간가는 줄 모르던 세월...
우리의 기대와 기다림이 너무 진했는지 아기는 한달을 채 못채우고 아홉달만에 우리와 만나게 되었다.
병원에서의 2박 3일이 끝나 퇴원수속을 마치고 정말 부푼 가슴을 안고아기를 데리러 신생아실로 갔을때,
정말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생겼다.
간호사 : 아기와 산모 확인하겠습니다.
0월0일 출생이고요, 산모이름000고요.
아기 혈액형 B형입니다. 맞으시죠?
우리부부 : 윽?..B형이 아닐텐데요..O형이 아닌가요?
당황한 간호사 : ...잠깐만..기다려 주시겠어요...
황급히 의사와 어쩌고 저쩌고 하고 나온 간호사가..
"아기 혈액형은 B형이 맞는데요.."
정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우린 둘다 O형 !
생물시간에 졸던사람들도 O형끼리는 절대 B형을 만들수 없다는건 안다. '아기가 바뀐건가...아니다...분만하자 마자 간호사가 친절하게 아기와 내 얼굴을 비벼주며 확인시켜 줬던 그아기가 맞는데...
결국...남편은 내과로 달려갔고,
나는 아기를 데리고 병실로 다시와 남편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기와 혈액형이 다르다고 내과에서 혈액형 검사를 해야했던 남편도 당황스러웠겠지만,
퇴원도 못하고 아기를 바라보던 나도 정말 입장 곤란했다.
친정엄마와 시댁식구들 앞에서 무슨 시험대에 올라 있는 사람처럼
웃자니 화가나고 당황스런표정을 짓고 있자니 죄진사람같고...
더 기가 막힌건 친정엄마였다.
당신딴엔 만에 하나라도 걱정스러웠는지...속삭이듯이
"달수 못채운 애치고는 너무 또랑또랑해서..."
힉! 기가 막혀...당신딸을 뭘로 알고..씨
더구나 불임크리닉에서 알려준대로 자라면 자고 병원에 오라면 오고 해서 겨우 낳은 우리딸인데...
그렇게 한시간쯤 흘렀을까...남편이 돌아 왔다.
콧바람 씩씩이면서 "나 AB형이래.."
기가 막혀 여태 지 혈액형도 모르고.
헌데..진짜로 화가 난건 친정엄마였다.
아기를 데리고 돌아오던 차안에서 멋쩍은 남편이
"근데 어떻게 삼십년 넘게 내가 O형인줄 알았을까.."
눈길도 안주면서 우리엄마가 하시는 말.
"O형이 성격이고 뭐고 좋다니까,
그냥 O형 하기로 했것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