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우물가에 모여서 오늘저녁은 어느 집에서
모일까를 작당합니다.
부지런히 물을 길러와서 건성으로 저녁 밥을짓고 설것
이를 끝내고 대문밖을 들랑 날랑 합니다.
빨리 놀러가야 할텐데 어른들이 아직 주무시지 않아서
가지는 못하고 마음은 이미 노는 곳에 가있습니다.
하나둘 모이면 우리들은 편을 갈라 호롱불 밑에서
화투를 칩니다.
성냥 개비로 액수는 정하고 1등은 안내고 나머지는 차
례 대로 사탕을 사는데 가장많이 잃은사람이 500원
어치 삽니다.
가게라고 한군데 있는데 그집도 사탕이나 과자 밖에
없어서 다른걸 살려면 배를 타고 가야 한답니다.
기나긴 겨울밤 우리들의 젊음은 식을줄 모르고 달이
떠서 서쪽으로 기울때 까지 넘쳤습니다.
여름 밤이면 웃끝에 있는 우물가로 수영을 하러 우루루
몰려서 갑니다.
깜깜한 밤이라 우리들은 홀랑벗고 바닷 물속으로 첨벙!
1번 2번 3번....가시나들은 온몸에 시거리를 (야광충)
번쩍 번쩍 뭍히고 알몸으로 우물로 와서 두래 박으로
물한번 떠서 좍 끼언고 또다시 물속으로 풍~덩~풍~덩~
1번이 수영해서 엄마 바위 까지 가고 다음 2번이 가면
1번은 뭍으로 옵니다.
우리들은 다람쥐 마냥 담벼락을 잘도 기어 오르며 깔깔깔
호~호~호 하~하~하
아마도 머슴아들은 가시나들의 알몸을 어디선가 숨어
서 훔쳐보고 낄낄 거리고 있을 터이지요.
이렇게 젊음을 식히고 나서 우리들은 선창가에 모여
않아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도시에 나가면 어떨까 자동차는 어떻게 가고 기차는
얼마나길까 ?
책에서나 보고 말로만 들어본 모든 신기한 것들은 어떻
게 생겼을까?
우리들은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언제쯤 이바다를
건너 저너머에 있는 도시로 나가볼까...
저마다의 가슴속에 미지의 세계를 키워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