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가 참 많이 온다.
오히려 장마때는 비가 별로 안왔던것 같은데, 막상 장마가 끝나니 수재민을 못만들고 돌아가기가 아쉬운듯 무지막지 하게 퍼붓는다.
낮에는 덥더니 지금 이새벽에 또 비가 온다.
예전에 나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엄마가 우산을 들고 학교까지 마중을 나오곤 했었다.
난 어린마음에 비가 더 많이 와서 학교앞 다리가 넘치길 바랬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해에 비 때문에 며칠 휴교령이 내려진 적이 있었다.
창밖으로 비내리는 소리를 듣자니 문득 옛날일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추억이란 놈은 참 묘한 재주를 가졌다.
그 때문에 입가에 웃음이 돌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엄마랑 남대문 시장을 자주 다녔다.
엄마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서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집을 꾸미는걸 좋아했다.
물건을 사고 지하철을 타면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어쩌다가 그야말로 줄을 잘 서서 자리가 하나 나면 서로 앉으라고 옥신각신 했다.
요즘도 전철을 타면 모녀간에 그렇게 서로 앉으라고 하는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나는 고인의 모습이 떠올라 애써 시선을 피하며 외면 하지만 하필 그 추억이란 것이 있어 어김없이 내 가슴팍을 후벼 놓는다.
길을 걸을 때나 쇼핑을 할때 특히 음식을 먹을때면 엄마랑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라 아직도 존재의 여부를 알 수 없는 신을 원망하게 된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추억할것도 아플것도 없는 막연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것과 참을 수 없이 아프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갖고 있는것중 어느쪽이 더 행복한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