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백합입니다.
하얗고 우아하게 뻗어나간 꽃잎이며, 고혹적인 향이며 우아한 삶을 늘 그리워하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백합입니다.
이 초여름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 아이를 엄마에게 맡긴 이 못난 딸은 또다시 감옥생활에 들어간 엄마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잘나지도 못한 딸, 그래도 사회생활하면서 인생 즐기고 살라고 엄마 인생의 황혼기를 또 저당잡혀 버린 엄마는 한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지치지도 않고 또 남은 여생을 딸 뒷바라지에 보내고 계십니다.
포용력있고 넓은 마음을 지닌 남자를 만났으며 엄마가 편안했으련만 고단한 삶의 여정을 집에서 풀어내는 남편의 투정과 늘 이기적이기만 한 딸들 앞에서 엄마는 언제나 한없이 작은 존재처럼 행동하십니다.
하지만 엄마,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나게 만드는 엄마,
엄마의 그늘이 얼마나 큰지,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크고 힘이 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나 아기는 못 본다! 나 늙는 거 싫어!" 하시던 엄마 목소리를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떠맡게되어버린 육아...
이런 사회현실을 탓도 해보지만 그래도 밑을 구석은 엄마밖에 없어서 오늘도 미안한 마음 뒤로 하고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뒤돌아섭니다.
엄마,
언제나 우리 도시락에 편지를 넣어주셔서 눈물의 도시락을 먹게 했던 엄마,
엄마는 그 고생 하면서도 두딸들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 싶어했던 엄마,
딸들 늦게 들어오면 아빠의 불같은 성화를 뒤로하고 집앞 가로등 앞에서 가디림의 긴긴 시간들을 보내시던 엄마,
앞으로 잘할께요....
마음은 늘 그렇지만 내 앞에 놓인 삶의 무게가 무거워 차마 엄마에게 지워드린 짐을 덜어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언제나 정갈하게 깨끗하게 사시던 엄마, 머리한번 흐트러짐 없이 맨얼굴로 아빠앞에 자식앞에 계신 적 없던 엄마,
아이보느라고 얼굴에 로션 한 번 제대로 못 바른다며 농담삼아 하시던 말씀 속에 엄아의 주름이 재 눈에 들어와요....
엄마, 늘 언제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