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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연가


BY 동해바다 2002-08-24

늘 그리웠던 곳
젊은시절 내 낭만과 추억이 서린 곳
언젠가는 꼭 거닐어 보리라 꿈꾸었던 곳...

참 많이도 변해 있더군..

20여년 전의 추억을 뒤로 한장한장 넘기면서
늦은 오후 덕수궁을 끼고 추억밟기를 시작했어.....

영국대사관을 사이에 둔 돌담길은
무슨일인지 거닐지 못하게 막아놓았더군...
예전 퇴근하면서 매일 그길을 거닐며 재잘거렸던 거리...
추억의 돌담길이였는데...아쉬웠어....

노래에 나오는 정동길 작은 예배당은 어디에 있을까
찾아 보아도 내 눈엔 보이질 않더군...

심하게 가슴앓이했던 남자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
서소문로의 코스모스 다방..
빛바랜 간판을 보며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때 그 사람은 지금쯤 무얼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잠시 궁금해지더라..

큰빌딩 숲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허름한 먹자 골목들...
새문안 교회 앞 육교의 깎인 계단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어...

세종문화회관으로 접어들기 전 제화점들이 늘어서 있던 곳에는
패스트푸드점만이 즐비하게 젊은이들의 양지가 되어 있었 고...
코너엔 예전에 드나 들었던 지하다방도
멋스러운 카페 간판으로 바뀐것 빼고는
많은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부종합청사 지하도를 건너 청진동 골목으로의 데이트 역시
많은 추억을 되뇌이게 했지..

참 많은 추억을 담고 살았었어 나는......

곳곳에서 젊음과 순수를 활활 태웠던 20여년 전의 나...
공평동 인사동 비원까지 걸으면서 난 옛 추억에 젖어
다리 아픈 줄 모르고 계속 내 입은
20대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었지..

누렇게 바랜 추억의 장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어..
옛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던 장소를 발견하고
함성을 지르곤 햇던 나...

추억이 서린 이곳들을 거닐면서 내 아픔 잠시 뒤로 하며
느낀 행복감에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햇었지...
우리식구 힘들어 하고 있을때 나는 그럴 여유를 갖다니...

친구와 오후늦게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만나서 거닐고 식사하고 또 거닐고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내 추억의 새로운 장이 되었어...

20년이 훨씬 넘은 40 중반의 나이에 옛추억에 사로잡혀 가진
잠시의 여유로움이 죄는 아니겠지..
그때 우리의 아이들은 나를 원망하고 있었고
그는 술과 함께 꺼진 내 폰을 열심히 두드릴 때였으니까...

하지만 너무나 그리웠던 곳에
내 중년의 아픔과 옛추억을 믹스해 붐비는 인파속, 광화문로에
토해내고 나니 조금이나마 후련해질것 같더군...

우리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때
오늘을 추억의 한장으로 생각하며
아이들과 같이 또 한번 거닐수 있을까...

또 다른 느낌이 들겠지....
그때 쯤이면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까....

내 20대 낭만의 거리....광화문로.....
노래 가사처럼 늘 그리워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는 곳....
또 찾아 갈 수 있었음 하는 소망으로 살아가야지.......

광화문 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