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과 노래를 들려주는
콘서트가 있어왔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중에서도 가장 절정인 지금
8월이 끝나기 전에 그의 콘서트 소식이 있었죠.
'안치환콘서트'가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자마자
예매를 서둘렀던건 이번엔 무대와 가까운 곳에 앉아
그의 콘서트를 온전히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이예요.
길을 나서는 저녁엔 비가 조금씩 뿌리더군요.
요즈음 늘상 비오는 날이 많았던지라, 다른때 같았으면
비가와서 불편하단 생각이 들었겠지만 아이들 까지 모두 우산을
챙겨 지하철을 타러 가는 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드는 거였어요.
그건 마치 늘 비가 오는 일상을 사는 런던사람들이
언제나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일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과 같았을 까요?
그대....
지하철에서 내려 덕수궁길을 따라 정동길을 걷는 그 잠깐동안이
참 좋았다는걸 알고 있었나요?
비가 내려서 우산을 받치고 걷던 늦은저녁의 덕수궁길이
잠깐 콘서트를 뒤로 미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답니다.
비가 와서 였을까요.. 그는 조금 늦게 무대에 올라왔지요.
잠깐 동안 '자.탄.풍'의 풍경님이 올라와서 두곡을 부르는 동안에
그의 목소리가 이 비오는 날과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얼른
그를 봤으면 싶었답니다.
드디어 그가 회전무대(?,나중에 의자만 회전의자라는 말을
듣고 우리 모두가 웃었잖아요?) 에 나타났을때 난 저으기 실망
스러웠어요. 물론 그의 노래를 들으러 왔지만 그는
항상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청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할것
같았는데 짧뚝한 요즈음 유행하는 바지에 정장비슷한 셔츠라니..후후.
하지만 언제나 처럼 짧은 인삿말을 끝낼듯 안끝낼듯 던지곤
곧 노래를 불렀지요. '귀뚜라미'를 첫노래로 불러 주었어요.
안그래도 요즈음 귀뚜라미가 밤마다 울면서 가을을 예감케 하고
있어서 오늘 그노래를 듣고 싶었던 터였지요.
참 좋았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느껴지는 가운데 낭랑한
그의 노래로 듣는 귀뚜라미울음소리... 귀뚜루루루,,, 그 대목은
늘 그를 따라 우리도 한번씩 해보는걸 그대도 기억하시는지..
그러니까, 일년만 이었네요.
작년 여름콘서트 이후... 그땐 오늘 처럼 '혼자부르는 노래'가
아닌 그가 이끄는 멤버들과 함께 한 자리였어요.
오늘과는 다른 파워풀한 무대를
지난해 여름 소나기를 뚫고 예술의 전당에서 그의 노래를 들었으니...
그래요... 이번엔 혼자서 부르는 무대에서 기타하나만 갖고
2시간 30분 가량 노랠 불렀답니다.
주로 예전 노래를 불렀어요.
그가 부른 노래를 오랫동안 들어온 그대도 노래제목만 얘기하면 다
알수 있을 그런 노래를 불렀어요.
편지, 저창살에 햇살이,너를 사랑한 이유,고백등을 부르는 동안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나즈막히 노래를 따라하면서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곤 했지요.
그리고 그의 노래중 가장 서정적이며 그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우리가 어느별에서'를 많이 웃으며 들었답니다.
그노래를 부르기 전에 있었던 에피소드는 나중에 얘기해 줄게요.
한번 터진 웃음을 못참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았다면 내가 오히려 잔인한가요... 그는 자신 진정한 프로가
못되는가 부다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어쨌든,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무척 유쾌했었답니다.
아,그가 처음으로 팝송을 불렀다면 믿으시겠어요?
그가 무대에서 팝송을 불렀어요.
좋더군요. 그가 팝송을 부른다면 어떨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었다랄까요...
'내가 만일'을 부르는 동안엔 영화 '오아시스'를 떠올렸어요.
중증장애인 역활을 했던 문소리씨가 직접 그노래를 불렀다더군요.
지하철역에서 사람하는 사람의 등에 업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노래를 해주고 싶었음을 대신한 '내가만일'이
그때처럼 적절하게 영화음악으로 쓰인 경우도 흔치 않을거란
생각을 하니 어느때보다 '내가만일'은 더 가슴깊이 다가왔었어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혼자 기타로만 불렀는데 그것도
괜찮더군요. 기타하나가 내는 음역의 다양함이라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숙연케 했던 노래가 있었군요.
미군탱크에 꽃다운 목숨을 잃은 '미선이와 효순이'를 추모하던
노래요... '피묻은 운동화'라는 정지원씨 시를 그가 노래로
만들었는데 그 노랫말들이 어찌나 그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던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나도 모르게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미친 탱크여 떠나라'를 외치고 있었어요.
그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나와 그대
그리고 우리들은 그를 사랑하는 것이겠지, 싶었지요.
그가 노래하는 모습은 늘 그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연상 시킨다는걸 그도 알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 지기도 했구요...
그의 콘서트를 보고 나면 무언가 좋은 느낌이 가슴 가득 차오르는것
같지 않던가요... 이번 무대도 그랬답니다. 희망을 얘기하던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지기도 하고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하는듯한 이세상을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런 충만된 느낌을 안고 콘서트 장을 빠져 나왔어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우린 다시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빗속을 걸어 덕수궁길을 돌아서
왔지요... 콘서트 장에 가기위해 걸었던 덕수궁길이 낭만적이었다면
올때 만났던 덕수궁길엔 낭만과 함께 뭔가가 하나 더 얹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건 아마도 그의 노래속에서 발견한
사랑의느낌과 삶의 희망이 보태진 것이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대...
오늘밤은 이 충만된 느낌을 한아름안고 잠자리에 듭니다.
쉽게 잠들수 있을것 같진 않지만, 이 좋은 느낌을 오래 오래
붙잡고 잠을 못 들지라도 그것도 내겐 행복입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