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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뭉클했던 지리산의추억(사진첨부)


BY 물안개 2002-08-20

꿈에 그리던 지리산종주를 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올라보라고 꼭
권하고 싶네요. 지금도 장쾌한 지리연능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아른거려요.
10년을 넘게 매주 배낭을 꾸려 산행겸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이란 삶을 참 넉넉하고 푸근하게 만드는것 같아요.
2002년 6월3-5 (2박3일)

성삼재-노고단(1507m)-임걸령(1320m)-노루목-삼도봉(일명낫날이봉)- 토끼봉(1537M)-연하천산장(1480M)-삼각봉-형제봉-벽소령대피소- 덕평봉-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 천왕봉(1915M)-법계사-로타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
첫째날

먼저 사랑하는 남편한테 고마움을 전하고싶어요
얼마나 벼르던종주였던가
몇년전부터 갈려고하면 다리가 고장나서 미루고
이번에는 온몸이 안아픈곳이 없었지만 한살이라도 덜먹어서 가기로
마음먹고 병원에서 물리치료 통증주사까지 맞구서 강행한 종주
정말 꿈만같아요

더군다나 76세되신 노부부 71세할아버지 우리부부 산친구싼타님
이렇게 6명이 영등포역 밤11시29분발 야간열차를 타고
3일새벽 4시30분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온통 안개에 쌓여있었어요
역근처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요기를하고 택시를타고
성삼재로 향했지요

산행기점인 성삼재에도착하니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있었어요
우리는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노고단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지요
이름모를 새들이 제일먼저 우리들을 반기는군요
서로 고운목소리 자랑이라도하듯......
이슬먹은 풀잎과 안개구름사이를 얼마쯤가니 노고단산장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노고단에 도착하니 아직 안개구름에
쌓여 운해는 볼수없었어요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숲속은 지난밤 비온뒤라 더 맑고 싱그러워요
새들과 벗하며 걷는 오솔길 나무사이로 비추는 햇살 모든것이
아름답게 비춰지네요

감탄사를 연발하며 돼지평전을지나 오다보니 어느새 임걸령
이곳에서 펼처지는 구름바다 연능사이로 빠르게 흘러가는 하얀구름
정말 장관이었어요

가파른 오르막 능선길을 숨가쁘게 오르니 작은 고개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 보는것 같다해 이름붙여진 노루목
반야봉을 포기하고 삼도봉으로 가는데 속이 불편해서 소화제 진통제
를 먹어도 영 두통이 가시질 않네요
아마 새벽에 해장국 먹은것이 잘못된것같아요

삼도봉에서 먹는 간식도 먹을수가 없었지요
점점 진땀이 나고 어지럽기까지 소금도 먹어보고 손도 침으로따고
힘든상태에서 토끼봉으로 향하는 500 여개의 나무계단내리막
여기부터는 주변의 경치가 눈에 안들어와요
그저 비몽사몽하며 발을 옴길뿐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행들
오히려 노부부는 잘 걷는데......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대피소에서 한시간반정도 휴식을 취하고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끓여 점심을 먹고서야 정신이 나데요

힘을 얻어 다시출발 삼각봉 형제봉을 지나니 벽소령대피소가
저많치 시야에 들어오네요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역하게 느껴져서
자주 쉬어가며 걷는데 벽소령은 영 보이질않고
이제 우리모두 지친상태에서 아무말없이 걷기만했어요
남편은 노부부한테 무슨일이 생길까봐 여간 신경쓰는것이 아니였죠

드디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 여장을 풀었어요
해지기전 부지런히 햄찌개로 저녁을 해먹고 산장뜨락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 웅장하게 펼처지는 산아래를 굽어보며.......

이곳은 샘터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금 불편하더군요
산장은 지은지 얼마 안되어 운치있고 깨끗했어요
모두들 각자 침상으로 돌아가 잠이들어 고요한데
저는 살그마니 일어나 벽소명월을 감상하려했지만 음력 그믐께라
달을 볼수는 없고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둘째날
전날 불려놓은 쌀로 밥을지어 도시락도 준비하고 하루밤 잠을자서
그런지 컨디션은 모두 좋아보이네요
아침 7시 우리는 벽소령을 출발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불어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보이네요
선비샘에 들려 목도 축이고 영신봉 을 지나니 철쭉군락 세석평전
철쭉은 다지고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하고 물도보충하고
휴식을 취한후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오후 촛대봉을 향하여
출발했어요
오늘은 여정이 짧아 여유롭게 즐기며 촛대봉에 다달으니
여기서부터 장터목까지가 가장 아름다운비경을 볼수있어요
멀리 남해 산능선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겹겹이 부드럽게 번지고
구름이 다가왔다 사라졌다하는 경치가 탄성을 자아내게하네요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래서 지리산종주를 힘들어도 하는것같아요
남편은 이번에는 완전히 짐꾼으로 가이드로 나섰지요
저는 들수도없는 무개를 짊어지고 마누라 지리산종주 시키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거기다 할아버지까지.....
당일로 종주하는 남편을 2박3일동안 함께했으니 좀 미안하더군요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어요
남자들은 이층에 여자들은 아래층에 잠자리를 정하고
마지막밤이 아쉬워 산장주변을 산책하며 감상에 젖어보고.....
내일 일출을 볼수있을까 걱정되어 대피소직원에게 물어보니
별이뜨고 산아래 불빛이 보이면 볼수있다는군요

어둠이 내릴때 일찍 잠자리에누워 있는데 이층에서 월드컵축구중계로
장터목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대고
우리가 이겼다는 흥분에 늦은시간까지 잠들을 못자더군요
저는 새벽1시에 나와 별과 산아래불빛도 살피고
하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어요

셋째날
새벽3시반 우리는 해드램프를키고 천왕봉으로 향했지요
서늘은 밤공기가 기분좋게 느껴지며 하늘에는 눈썹달이 칠흙같이
어두운밤을 희미하게 비춰주고
고사목지대 제석봉을 지나 드디어 천왕봉에 오르니
일출을 보기위해 몇명의 등산객들이 보이더군요
안개구름이 낮게 깔려 일출을 볼수있을지......
3대가 덕을 쌓야 볼수있다는 천왕일출
30분을 기다려도 구름속에서 나오질않고 추위마져느껴져
포기하고 조금 내려오다 천왕샘터에서 일출을 볼수있었지요

하산길은 나무계단과 가파른 내리막돌길
전망좋은 넓은바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법계사경내도 둘러보고 보살님이 주는 과일맛도 보고
하산길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칼바위를 지나 중산리매표소에
도착 2박3일의 종주가 끝이났어요
완주했다는 뿌듯함에 서로 격려를 해주고......

시외버스정류장까지 걷는 아스발트길이 뜨거운태양과 내뿜는 열기로
지루하기까지하네요

한참을 기다려 진주에나와서 목욕하고 냉면으로 점심을 하고
서울가는 우등버스가 3시간45분만에 서울 남부터미널에도착
집근처 추어탕으로 저녁을먹고 축하하며 2박3일의 여행은 끝이났어요
함께한 싼타님 우리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만들었지요?
힘들었지만 뜻깊은 여행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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