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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BY Ria 2002-08-19

힘들게 일한 그대 떠나라-
광고 멘트처럼 우리가족은 떠날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살아가면서 몇 가지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즐거움을 들라면
단연 나는 여행을 꼽겠다
모든 사람들이 다 느낌은 비슷하겠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것중에
얻어지는 만족감이란 것이 여행만큼 또 알차고 값진 것도 없을 것이다
연일 내리는 빗줄기는 강을 범람하게 하고 홍수를 당한 사람들에게
시름을 안겨주고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바람까지 부니 여행계획을 잡아놓고도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계획대로 떠날지도 의문이었고 배를 타고 간다는게 걱정스러워 두세 번 배가뜰수 있는지
확인을 하고 부산국제 여객부두로 아침일찍 나갔다
잔뜩 흐려있긴 했지만 다행히 아침에는 비도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까다로운 출국수속을 끝내고 코비호를 타고 일본 큐슈로 향했다

멀미를 걱정했지만 배의 흔들림이 생각보다 작아
편안하게 후쿠오카시의 하카다항에 3시간만에 도착했다
부산항에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걱정하며
왔는데 하카다항에는 햇살이 반짝거려 얼마나 반가웠던지
첫코스는 후코오카현의 태재부 천만궁으로 향했다

일본인들에게는 국민들을 이끌만한 특별한 종교가 없다
정리정돈이 철저하고 깔끔하고 분명한 국민성이 자랑인 일본인들에게
이해되지 못하는 점이 있다면 미신같은 뿌리 없는 신앙이 그들 생활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찾고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신사는 전쟁영웅이나 그들이 받들만한
인물들의 위패를 안치한 곳이기도 하지만 또 절이라는 성격도 있는
곳이기도 하여 종교적인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듯하여
약간은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천만궁이란 절을 둘러보면서
어느 성주가 살던 궁이려니 했는데 문 앞에는 신사표징이 서있고
사찰에는 일본인들만의 특이한 절의 형식이 있는 신사였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천만궁 입구)
그들은 절 앞에 서서 두 번의 박수를 치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한번은 신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박수이고 또 한번은 자신이
소원을 비니 들어주라는 박수라는 것이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천만궁의 우물)
일본의 날씨는 섬나라인만큼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해서
여행하기에는 매우 힘든 날씨였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테제부 주민이 민속의상을 입고 관광객들을 위해 북을 치며 춤을 추고있다)

천만궁을 나오면서 매화 떡이란 것을 먹어봤다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기름을 두르고 팥앙금속을 체워넣고
노릇하게 구워서 나무종이에 다섯 개를 싸서 우리 돈으로 오천원정도의
비싼 떡이었다
맛은 찹쌀호떡 맛일랄까

후코오카시를 벗어나 남쪽으로 쿠마모토시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쿠마모토시에는 아직도 전차가 시내중심가를 달리고 있어 일본사람들
이 편리함이나 실리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지 만
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구마모토시 중심을 달리는 전차)
전차를 타고있는 사람들을 보니 승객도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굳이 도심교통에 방해를 주는 전차를 없애지 않고 적자를
감수하며 운행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전통이나 오래된 것에대한 자부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의 중소도시답게 번잡하지 않고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였다

쿠마모토성은 한창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월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구마모토성의 정문에도 두명의 수문장이
창을 들고 양쪽에 서있었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구마모토성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천수각 )
눈앞에 우뚝 서 있는 성루를 올려다 보며 우리의 성곽과 성루보다는
높고 웅장하다는 생각이든다
해자성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즉 성곽 외벽아래를 인공적으로 넓은 수로를 파내어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기위한 공법을 이용했고 성곽을 완만한 곡선형태로
아름다운 성곽을 자랑하고있어 일본 3대 성중의 하나인 규모가 큰 성중의 하나이다

일본의 역사는 외세의 침입을 한번도 받지 않은 어쩌면 천운을 타고
난 나라이기도 하지만
내전이 끊일 날이 없었고 언제 먹고 먹힐지 모르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쿠마모토성의 성주였던 키요마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튼튼하고 웅대한 성을 축조한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천수각에서 내려다본 구마모토성의 전경)
그는 아주 천민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기엔 자신은 너무나
하잘 것 없는 일개무사에 불과했다
키요마사의 옛주인이었던 성주의 신발지기였던 그는 성주가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을때마다 따듯하게 해놓았다
매일 따뜻한 신발을 신으며 이상하게 여긴 성주는 신발지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서 내 신발이 따뜻하냐..?"
키요마사는 말했다
"성주님이 발이 시릴까봐 밤새 품에 품고 잤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성주는 너야말로 나의 분신과도 같은 사람이라 여겨도
되겠구나 신임하며 그의 출세가도를 열어주었다
사람은 은혜를 입으면 원수로 갚는다 했던가 키요마사는 제몸처럼
신임했던 자신의 상관을 배신했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였다

그 또한 어느 누가 자신을 배신할지 항상 불안했다
그는 가장 높은 곳에 튼튼한 성을 쌓고 제일 높게 누각을 세우게 해서
구마모토 동서남북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장높은 곳에서
자신을 지키고자했다
구마모토성을 살펴보며 그네들의 건축 기술과 높고 완만하게 곡선을 뽐내며 튼튼하게 축조된
성벽들을 보며 약간은 샘이 났다
우리의 조상들도 그의 못지 않은 아름다운 성과 훌륭한 건축물들이 있지만
구마모토성의 웅장함에 질투가 나는 것은 단순히 우리 것보다 규모가 크고 높게
지었다는 것만은 아니다

성루 안에 빼곡이 벽면을 채우고 있는 셀수도 없는 구마모토시민들의 명패였다
자신들의 조상들이 남긴 문화제를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대대적인 축조공사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쿠마모토성을 뒤로하고 야마가라는 한적하고 조용한 온천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읍소재지 정도인 그곳은 수질이 좋은 온천으로 알려져 있고
야마가 맛쯔리 축제가 유명한 곳이다

약 700년전쯤에 천황이 야마가의 온천물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온천욕을 즐기려 이곳으로 오다 시골길이라 길을 잃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야마가 주민들이 모두가 천황이 오는 길을 따라 횃불을 밝혀
무사히 천황이 길을 헤매지 않고 올 수 있게 한 유래를 따서
지금까지 8월15~17까지 그 축제가 행해지고 있다
그때에는 그곳에서 방을 잡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라기도 했다

축제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저녁 식사중에 그 호텔의 민속무용 보유자인 무용수가 잠시 짬을 내 축제 기간중에
보여줄 민속무용을 보여주었다
일본여행 제1편-행복의 언덕후코오카
(민속 무용수가 머리에 등을 단 모자를 쓰고 춤을 추고있다)

저녁식사후 숙소를 빠져나와 한적한 이국의 길거리를 서성거려
볼 심산으로 거리로 나가보니 낮 동안 습기차고 후덥지근한 기온은
많이 가시고 바람이 소슬하니 상쾌했다
온천지대이니 불빛도 요란하고 조금은 번잡하리라 여겼지만 의외로
조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잠깐 TV 뉴스에서
현재 일본은 전후 최대의 경제 불황으로 기업의 부도가 최대로 늘어나고
모든 경제활동이 침체되어 있어 우리의 IMF때와 흡사하게 실업률도
높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에도 그들이 지쳐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호텔이나 음식점에서나 그들은 활기에 넘쳐있고 친절한 말씨와 행동은 몸에 밴 익숙한 모습이었다
숙소의 모든 시설이며 음식들은 정갈하고 깔끔했고
그것이 그들의 오랜습성이건 다음에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상술이건간에
여행에서 불편함없이 친절한 대우를 받는건 여행의 피로를 풀게하는 기분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