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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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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처럼 흉터가


BY 물수제비 2002-08-14

남편들을 떼 놓고 가는 신나는 여행길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친구도 아이 둘을 데리고
우리들은 친구의 차에 올라탔지
뒤에 애들 넷이 앉고 앞에 우리 둘이 앉고
생각보다 황간 가는 길은 찾기 쉬웠고
길도 아주 멋있게 닦여 있었다
매곡 면에서 김천 직지사로 넘어가는 길도 아주 멋있고
우리들은 상촌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물한 계곡이 유명하다

이름이 물한 계곡이니 이름만 들어도 물이 차다는 걸 알 수 있는 곳이다
물놀이는커녕 발도 겨우 담갔다가 뺐다가 하는 정도였다
인적도 없고 물놀이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기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다
친구 아들이 물수제비를 뜨는데 몇 미터 앞에 있던 우리 아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것이다
그 애가 던진 돌은 하필 우리 애의 뒤통수에 맞았고
순식간에 우리 아들이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는 빨갛게 물들었다

이제 물놀이고 뭐고 아이들을 챙겨서 얼른 도시로 나가야했다
아이는 아프다고 울고
초보운전에 가까운 친구는 가장 가까운 도시인 김천으로 가는 길을 잘 몰라 헤맸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가까스로 병원을 찾아 머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꿰맨 머리가 아픈지 자꾸 칭얼대는 아이를 데리고는 더 이상 심란해서
여행을 계속할 수 없었다
피로 범벅이 된 아이의 하얀 티셔츠는 지금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그나마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정말 당황스러운 여름 여행이었다

아이는 벌써 아픔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잘 놀고 있지만 추억처럼 흉터가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