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글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누추한 글을 감히 올려봅니다.
결혼 생활10년을 맞으면서 다섯 살 같은 남편과
철부지 아이들, 그리고 내 일.
그런 것들에서 오는 일상적인 느낌을 글로 담아 봅니다.
많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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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그 후
그렇게 먼 길인지는 몰랐다.
그저 두 시간쯤이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뿐
아침 10시에 출발
그리고 몇 군데의 휴게소를 거친 후에 돌고 돈 후 도착한 그 곳은
변한 모습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한적한 산.
그 시절 우린 뭔가 달라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결혼이라는 시작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아픔이 많았기에
우리가 꿈꾼 행복은 더욱 특별했다.
조금만 행복해선 그 동안의 아픔을 차마 메꾸지 못할 것 같았기에
우리의 사랑으로 가득한 추억의 교정에서 결혼을 했고,
고즈넉한 지리산 한 자락을 여행지로 선택했었다.
우린 달랐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결혼의 조건을 거부하고
오직 사랑 하나만을 선택했기에...
지리산 대원사를 오르는 길에는 어김없이 여기저기 진달래가 만발했다.
10년이란 세월이 믿기지 않게 세월은 금세 스쳐버렸다.
둘이 손잡고 미래에 대한 꿈만을 가득 싣고 올랐던 그 산을 이제 두 딸 아이와 함께 오른다.
변한 게 있다면 포장된 길.
여전히 인적은 드물다.
유명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 곳.
"엄마와 아빠가 10년 전에 여기로 여행을 왔다. 그래서 라면도 끓여 먹었다"
"또"
"또? 사진도 찍었다"
"또"
"또? 꽃도 봤다."
"또"
"또? 뽀뽀도 했다."
"이히히히."
갑자기 그가 입을 맞춘다.
"엄마, 아빠 여기서 뽀뽀했나?"
우린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
한적한 산을 오르내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도 이 곳 같다고.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많이들 다녀서 쉬운 길은 아니다.
막상 가려고 하면 차도 많이 타고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잘못 길을 들어 돌아가야 하기도 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은 채울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많은 법
친구가 물었다. 그 사람과 살면서 정말 행복해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몇이나 되냐고?
난 선뜻 답하지 못했다.
우린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5년을 안으로 삭이며 살았다.
그리고 다음 5년은 그 동안 삭인 것에 대한 울분으로 살았다.
참 미친듯이 달려온 것 같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달린지도 모를 줄달음을
"지나온 10년이 너무 힘들었지?
앞으로 10년은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
그는 산을 내려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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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가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게 참 신기했었다.
그런 신기함으로 우린 사랑했고
조금씩 서로의 차이점을 알아가면서
그런 차이점으로 우린 무너져 갔다.
결혼하면 빨래하고
밥짓고 청소하는 일은 내가 다 할게.
넌 결혼만 해주면 돼.
우리 70살이 될 때까지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키스를 하자.
그렇게 오래도록 서로를 사랑하자.
거짓말처럼 난 그 말을 진실로 믿었다.
아니 그의 그런 사랑을 믿고 싶었으리라
무엇 때문에 결혼을 했냐고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난 이렇게 말한다.
"그니까. 그이기 때문이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사랑한다는 밀어 때문도
수고했어 하며 안아주는 가벼운 포옹 때문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입답 때문에는 더더욱 아닌
바로 그이기 때문에 난 그를 사랑한다.
10년을 참아주며 살아와 준 그 인내를 사랑하며
10년을 한 사람만 가슴 속에 담아준 그 고마움으로 사랑하며
10년을 소리죽여 감싸준 그 넉넉함으로 사랑한다.
10시간의 장거리 여행이었음에도
운전대를 넘기지 않는 그 묵묵한 배려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그가 존경스럽다.
재미없는 일상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꿋꿋이 살아주는 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미 그는 내 안에서 사는 가장 큰 당신이기에
이젠 그의 아픔까지도
나의 아픔임을 안다.
내 안에서 넌
이미 내 전부임을
난 그대 안의 전부임이 너무 행복한 아내이고
우리 행복하게 살게요.
지난 세월들에 용서를 구하듯
둘만의 시간을 낭비한 것에
귀중한 미래를 생각 없이 산 것에 대해
다음엔 우리 같이 야구장 가요.
어제는 제일 좋아하는 야구도 포기하고 가주었으니까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막연히
기다리는 것도 아닌
당신을
한없이 사랑하는 것이지요.
당신의 아픔까지도
당신의 슬픔까지도
당신은 그대로 내 안에 녹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