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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의 꿈은...하나둘씩...


BY 김삿갓 2002-08-13

가만히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사춘기 때 꽤나 고심했던 산다는 것.
이렇게 저렇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참 꿈이 많았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장래희망이란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리가 갈수록 커진다고 나이가 조금씩 먹을 수록
세상을 1도씩 조금 다르게 보는 시야가 갖추고,
그래도 여전히 아직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 나이인지라
사회에 대한 나의 원대한 포부는 생각만으로도 흡족할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았다.
직장에 다니면 이렇게 해야지. tv에 나오는 커리어 우먼들처럼
나도 저렇게 멋있게 일에도 사랑에도 성공을 해야지
하면서 그런 야무진 꿈들을 꾸곤 했었다.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 인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약육강식이라는 말을 배웠고, 비열하다는 말을 배웠다.
가끔은 능력 보다 빽이 있어야 더 인정 받고
아무리 내가 일을 열심히 해도 결국 승진하고 인정 받는 건
내 위에 앉아 있던 분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 역시 아랫사람의 덕으로
승진을 했을 지도 모르는 일인까.

내가 사회 생활을 하기 전에 꾸었던 꿈들은 차츰차츰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이 참 힘이 들었다.
일을 하면서도 숨을 쉬면서도
'이게 아닌데,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닌데'
하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되뇌였던가......

어느 순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넓은 유리 창 밖의 산을 보았다.
논도 보이고 밭도 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차들.
열심히 움직이는 현장의 지게차들과 사람들.
시끄러운 현장의 굉음 소리들...

내 꿈이 사라진거구나. 내가 꿈꾸던 일에도 사랑에도
성공하고 정말 멋지게 사는 것이 단지 꿈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도저히 들어갈수가 없었다.
자판기가 있는 휴게실 앞에 와서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열린 창에 기대어 그저 사람들을, 먼 산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렀다.
왜 이래야 하는 건지.

내가 지금 이 순간 그 꿈들을 포기하게 만든 게 뭘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난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면서
나의 꿈도 좋지만 나의 꿈을 돈으로 환산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회사 잘 다녀? 월급은 얼마야?'
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어디를 가던지 연봉 얼마였는지가
우선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내 꿈이 돈으로 밖에 안 되는 거구나....///
그저 수긍해야만 했다.
달리 어쩔 방법이 없지 않은가.
산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속한 이 사회를 산다는 건.
가끔 나 하나 쯤은 죽어야 하고
또 가끔은 날 위해 다른 하나가 죽어야 하는 지도
모르는 거니까.

나의 꿈이 아직 깨지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그런 생각들로 많은 갈등을 해서 한때
꿈이 사라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금 그것들이 나의 가슴 속에서
얇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서서히...그리고 그게 느껴지는 걸 안다.

그리고 이젠 알았다.
내 꿈은 멋진 여성으로 성고하는게 아니라
내 꿈에, 내 현실에 내가 만족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