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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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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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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타.!!!!!!!!


BY 억새풀 2001-05-29

5월 27일 새벽 5시 20분.

엊 저녁 시동생 가족들.형님이 오셔서 삽겹살 구워 쐬주 한잔 하고 잤더니 영 몸이 개운치가 않다.
안 떨어 질려고 하는 눈꺼풀을 억찌로 떼어놓고
일단은 내 부터 씻기로 하였다.

못생긴 얼굴 감출라꼬 여기 저기 분칠하는데
오늘 따라 화장이 잘 먹지도 않은기라,아마 엊저녁 탓일끼다.

오늘을 대비해서 좀 참았어야 하는디 또 고놈의 분위기에 약해서~~~~~
한잔 또 한잔 하다보니 그만~~~~~

아참 또 샛길로 빠질라 카네. 다시 핸들 똑바로 잡고.
"정아야 `````선욱아```````빨리 일어나래이~~~~~~~~~
벌써 6 시 다 되간데이```````이러다가 늦겠다.``````아이구 우리 효자 이제 잊나야쥐이```````잉?`````자 못생긴 울 딸 빨리 빨리`````
아이구 울 신랑 빨리 잊나세이용```````응?"

내가 정신없이 떠들어 대는 통에 하나 둘씩 겨우 일어난다.
난 그동안 우리 짐 보따리를 챙기고
우야만 내 미모를 좀더 이쁘게 보일라꼬 거울을 자꾸만 쳐다본다.
(음 !이제 됐어.흐흐흐 )
모두 모두 점검하고 시간은 벌써6시10분이 다 되가고
마음은 자꾸만 초조해지고 덩달아 기분은 얼싸하다.

이시간에 가족 여행간다고 새벽길 떠나는 사람 우리 밖에 없을끼라.
더구나 결혼 생활10년 넘게 시리 기차여행이라곤 단 한 번도 안해봤으니 요 기분 아시는가 모르겠네용.
아마 아시는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다음에 필히 함 도전해 보세요.

이윽고 동대구역 도착7시10분.
매점으로 가서 엊저녁 속풀이로 따끈한 우동 국물을 몇 모금 넘기니
이제야 지 정신이 돌아 오더라.
울 아들 딸도 기분이 마냥 좋아 보이고
요상태로만 가만 되는디 괜히 걱정이 되는게 하나 있다.

분명히 나는 괜찮은디 옆에서 난리들이다.
"엄마 노래 잘 할수 있겠어요?`````괜히 가사 까 먹지 말고
엄마 연습 하세요 빨리요``````````엄마 땜에 챙피 안 당할라나 몰라`````"

"아이구 걱정 붙들어 매라.엄마 노래실력 동네 아줌마들이 가수라고
다 인정해 주는디 무슨 걱정이고.걱정마래이``````".

그렇치만 일단은 큰 소리 뻥뻥치고.
열차안에서 게임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
그 특유한 아자씨 말투"김밥이 왔어요 맛있는 호두 까자도 있습니다"
울 딸 그 소리를 흉내 내는데 재밌다고 웃으니 울 효자는 지가 더 잘한다고 난리다.

그 와중에도 울 남편
"거기 남자들도 오나? 아무도 안 오면 우야노?
"걱정 말거라`````오늘이 일요일이라 가족들 데불고 많이 올끼다.
오늘 같은날 마누라 한테 점수 안따믄 언제 따노?안 그래?````호호호"

내 속으로 분명 남자들은 몇 안?틂ㅅ?오호호호```````
이렇게 시간은 흘러 대전역에 도착하니
피켓든 아줌마 닷컴 직원이 웃으며 반가이 맞아주고
대기해 둔 bus로 몸을 실었다.

하나 둘씩 낯선 아줌마들이 올라 오고
차안도 금새 시끌 벅쩍해 지고
아는 이들은 서로 반갑다고 부둥켜 안고 좋아라 하고
난 낯선 촌 동네에서 온 여자라 아는이 하나도 없으니
혼자 외톨박이 신세라 울 아들 딸 하고만 재잘 거렸다.

한 30 여분 가니 자연 휴양림이란 곳이 나오는디
아이들 현장 학습에도 도움이 되겠더라.
사슴에 공작에 닭들까지
우리 아이들 너무 신나하고
행사장은 파란 잔디 밭에 빨간 천막이 둘러 쌓여있고
자그마한 무대도 보이고

드디어 오늘 행사가 시작되는디
아줌마 헌장을 낭독할때는 그 분위기가 다분히 진지하엿고
내가 무슨 큰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3.1 운동 하는 유관순 언니도 이런 기분 이었을까?
하여튼 난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명한 어머니 상을 시상 할때에는 나도 편지 보낼낀데,하는
아쉬움과 부러움을 느끼고 참 대단하다는 감동을 받았다.

근데 아까부터 울 신랑은 어데로 갔노?
와보니 남자분들이 몇 안되는지라
혼자서 산책하러 가고 울 셋이서만 자리 잡아 앉았다.
(으이그 아빠는 소심해 가지고 쯔쯔쯧~~~~~~~~~~)
울 딸이 혀 차는 소리다.

이윽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아지매들 먹는것 빼면 시체?
닷컴에서 마련해준 점심을 먹고
옆에는 알뜰장터가 열렸는디 울 효자 구경가자고 밥을 제대로 못 먹게 한다.

대충 빨리 떠 넣고 가 보니 아이들 장난감에서 부터
오만 가지 가지 각색이 다 모였는데
울 효자는 이쁜 엽기 토끼를 하나 사고
울 딸은 빨간색 머리핀 하나를 잡았다.

참 그 많은 것들 준비하신 분들 정성도 대단 하더라.
오늘 따라 햇빛도 이리 따가운디
하여튼 오늘 이 분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드디어 오늘의 하일 라이트인 장기 자랑이 시작 되엇다.
사회자의 재치있는 말 솜씨에 우리 모두는 그 분위기에 금방 빠져 들었고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연세 드신 친정 엄마와 함께 오신 그 분의 마음이 이뻣고
아줌마 이지만 요즘 신세대 춤을 기꺼이 보여 주시는 그 용기에 감탄하고
나이에 상관 않고 모두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한 눈에
훤히 보였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드디어 내 순서가 다가 오고 있는데
이 놈의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가슴이 콩닥 콩닥.
무대위로 올라 가니 도통 눈에 들어 오는게 없어라.
(저 위에 올라 가는 사람들 보통이 아니구나!)
이제서야 뒤늦게 눈치 챘건만 벌써 음악은 흐르고~~~~~~~~~~

♪♬~~~~~사랑은 아무나 ~~~~~~하나~~~~~~~~
"아이구 근데 왜 가사가 잘 안 보이노.```````박자도 뭣 인가 이상하고````````내가 노래방에서 할때는 90점 이상이었는디~~~~~~~~~"
♪♬~~~~~~노래는 아무나~~~~~~~~하나~~~~~~~.

아이구 모르겠다.
근디 울 아들 딸이 갑자기 무대 앞으오 돌진을 하는디
"아뿔사! 그래 잘 ~~`~~한다 잘해.우야만 저래 잘 하노?
아이구! 이쁜 내 새끼들.`````엄마 노래 못 한것 지들이 다 원상 복구에다 업 그레이드 까정.````으흐흐흐흐."

kbs카메라에 경인 방송 무슨 무슨 ~~~~~~~~~~
박수 세레가 퍼 붓는디 내 속으로
(오늘 대상은 내 끼다.)요런 희안한 텔레파시가 팍 스쳐 가는 것이었다.(김치국물을 너무 빨리 먹었는강?)

하여튼 이렇게 하여 시간은 흘러 장기 자랑은 끝나고
여러 가지 게임도 하며
서로들의 얼굴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고
잔디밭에 뒹굴며 어린 아이마냥 환하게 웃으며
오늘만은 엄마도 아니고 며느리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날
그런 행복한 하루를 보내리라.

모두들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아니 나만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난 평소에 궁금해 하던 몇 분들을 찾아 보며
그 분들의 얼굴에서 아! 역시 그랬었구나.그래 맞다.

글은 그 분 들의 얼굴이었고 생활이었구나!
하는 진실을 느낄수가 있었다.

울 싸장님은 우야만 저리 이쁘고 말씀도 또박 또박 잘 하시누!
근디 너무 덥어 잠시 천막에 와 앉아 있는디
i tv라나 인터뷰를 좀 하잔다.
내친김에 다리 뻗자 싶어 ok 했다.

이 행사에 온 소감을 말해 달란다.
솔찍하게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이야기 했는디
옆에서 울 딸이 그런다.
"우와!엄마 말 잘 하네요.호호?""
저것이 비웃는 소린지 진짜로 얘기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기분은 좋~~~~다.

드디어 짜잔!!!!
장기 자랑 시상식.
몇분들의 이름이 죽~~~~~~불려 지는디
워째 내 이름은 불릴 생각을 안는고?
아! 내이름 김.미.화.
피가 타고 살이 타는 이 기분.햇빛에 녹아서도 타는디
어디 살 타는 냄세 맡아 보셨남요?

근디 이게 왠 마른 하늘에 날벼락.
상은 이제 딱 하나 밖에 안 남았는디
고놈의 대상에 내 이름 석자가 불려 지드만요.
우메!야속한것 요?粲米?내 속을 태우드만 요렇게 해 줄라꼬!
"오늘의 대상 김미화씨 가족"♪~~~~~축하합니다~~~~~~♬`````

우메 !부처님 하느님 산신령님!모두 모두 감싸 감싸!
아까전에 스쳐간 텔레파시가 보통이 아닌것이여.

이렇게 하여 행사는 마지막으로 접어들고
아니 아니 울 신랑은 어떻게 됐냐고요?
점심먹고 행사장 저 앞쪽에서 우리가 노래 하는것 춤 추는것 다 봤다고 하네요.
울 딸이 너무 잘 했다고 당신은 우리 애들 때문에 산줄 알아라고.
(안 그래도 나도 알고 있구만 꼭 끄집어 내서리 남 쓰린데를 콕콕 찌르고 으이그~~~~~~)

우리 효자가 나중에 살짝 예기 하는디요.
"엄마 아까 상 발표 할때요.너무 떨어서 오줌이 자꾸 나올라 캐가지고요```내가요 땅 바닦을 콕콕 찔르고 있었어요."

우린 이말을 듣고 배꼽이 빠지는줄 알았지요.
돌아 오는 길 내내 "엄마 노래 진짜 못하드라."
울 아들 딸 한테 엄청 쿠사리 먹었지만
그래도 기분 "짱"이었지요.

내일 빨리 tv봤음 좋겠다는 설래임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드디어 아침7시 30분 kbs 체널 고정.
오메!진짜로 내가 저래 노래 못했나!
내가 와 저래 못나게 나왔노?
아이구야!우리 효자 너무 잘 생겼다 그치?
우린 보고 또 보고 울 딸 녹화 해 놓고.
우리 아들 딸 우예 저리 잘 하노?
아이구! 이뻐라 쪽~~~~쪼옥~~~~~~

나중에 보고 또 보고 해야지.
자기! 어때?잉?
울 신랑 한 마디로 "좋다."
으이그 !재미 하나도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