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식 카페에서
시낭송회가 있었다.
일필휘호하신 기념 부채를 들고
그저 시를 좋아하면 누구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웃음을 띄운 모습 순한 모습 지적인 모습
나눠 준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시집의 주인인 김인호님의 배경설명을 뒤로
그 목소리들
그 감정들
프로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수준에 놀랐다.
<돼지 잡은 날>
물소리 깊어지는 강마을
가을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꽃이 핍니다
똥금 된 돼지 한 마리 잡아 온 동네 나눠 먹고 저문 날
빈 돼지우리 돌담에 반짝반짝 서리꽃 피고
겨우여우 지어올린 흙벽 두 칸 방에도 꽃이 핍니다
배고픔에 눈물 흘리던 큰누이 이야기 꽃
맨손으로 일구던 어머니 산 밭 이야기 꽃
가난이 싫어 밤보따리 둘째 누이 이야기 꽃
밤에는 산으로 낮에는 지서로 끌려 다닌 인공 때
구장일 보던 아버지 이야기 꽃
장인에게 뺨 맞은 큰 자형 이야기 꽃
뜻 모를 이야기에도 그저 따라 웃는 조카들 웃음 꽃
밤이 깊어질수록 잊혀졌던 온갖 색의 꽃이 송이송이 피어납니다.
이 밤, 강 마을은
별도 달도 산도 바람도 내려와 확 피어나는
온통, 환한 꽃천지입니다
**음악과 소리와 조명이 있는 분위기
시낭송회로 깊어가던 그 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