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장례식 주문에 답례품을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3

엄마노릇은 젬뱅이


BY cosmos03 2002-08-07

이제서야 장마철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적추적 쉬지않고 지리하게 비는 멈추질 않는다.

어제는.
그야말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만큼 비가 내리 쏟았다.
베란다의 문도...각 방의 창문들도 모두 닫아놓고
꿉꿉한게 싫어 보일러도 하루 왼종일을 돌린다.
후덥지근한게 답답해도 한켠으로는 보승거림이 있어 좋기도 하다.

개짖는소리와 대문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격장에 갔던 딸아이가 귀가한다.
삼총사 친구중에 하나인 ** 를 앞세우고 들어서는데
아침에 입고 갔던 딸아이의 옷이 아니라
낯선옷을 입고는 엄마! 를 부르며 파고든다.

" 어떻게 된거니? 누구 옷이야? "
" 으~응 오늘 사격장에 물 난리가 나서 옷을 다 버렸어.
그래서 ** 네 집에가서 샤워하고 옷을 빌려 입었어 "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차 오른다.
얼마전 아이와 난 하나의 약속을 했었다.
학교든 사격장이던 끝나면 곧 바로 집으로 오기.
만약 볼일이 있으면 집에 왔다가 허락받고 다시 나가기.
그 약속을 어길시에는 엄마와 딸 안하기.

아이의 친구가 와 있기에 처음부터 화는 못 내고 속으로 삭이우다가
난 아이의 친구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 네가 네 집에 가자고 했니? 아니면 이화가 먼저 네 집에 간다고 했니? "
친구가 먼저 가자고 하면 엄마와의 약속을 깜박하고는 따라 갈수가 있다 생각하여
그렇게 아이의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그 아이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온다

" 오늘 비 많이 왔잔아요. 사격장에서 옷을 다 버렸어요.
그런데 이화가요 집에가면 엄마한테 혼 난다고 우리집에 가서 옷 빌려달라고 했어요 "
" 왜 엄마한테 혼난다고 하대? "
" 옷 버렸다고요 "

세상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가.
애나 어른이나 할것없이 장마철에는 옷을 버리는것이 당연하고
더욱이 도보로 십오분정도의 거리인데 어찌 옷이 젖지 않을수 있겠는가?
아이가 너무너무 괘씸했다.
내가 그리도 모질고 나쁜 엄마였단 말인가?
단 한번도 그런일로 아이에게 야단을 친 적이 없는데
어찌 제 엄마를 그리 몹쓸 엄마로 만든단 말인가?

아니, 사실 아이에게 보다는 내 자신에게 더욱 화가났다.
어찌 처신을 하고 평상시에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보였으면
젖은옷이 엄마에게 혼날거리라고 비 오는날 친구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친구옷을 빌려 입고 온단 말인지.
너무너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는 폭발할거 같았다.

아이의 친구를 네 집에 가라고 등 떠밀어 보내놓고는
난 아이 보는데서 평상시에 준비해놓은 매를 꺼내 들었다.

말로도 글로도 표현치 못할만큼 화가 나있어 매를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다 큰 계집아이가 아무곳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샤워를 한것도 화가나고
젖은 옷으로 제 엄마를 못되고 무서운 엄마로 만든것도 화가나고
속옷까지 남의 옷을 입고온 철없는 행동도 내겐 모두 화 덩어리로 보였다.

미련스러운 아이는 끝내 내게 무릎을 꿇고 빌지를 않는다.
실상 매는 위협만 하기위해 들고 있는데...
잘못을 빌고 내게 매달리기를 바랬는데.
우두커니 서서는 그냥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만 한마디 한다.

" 너 오늘 맞아봐. 아니면 보따리 싸 갖고 나가던지 "
벌떡 일어난 나는 아이의 옷 서랍에서 아이의 옷을 꺼내어 패대기를 쳐 댄다.
멀건히 바라보던 이노무 지지배.
하나씩 둘씩 옷가지들을 제 가방에 담고있다.
정말로...기가 막히다는 표현외엔 달리 할말이 없다.
씩씩거리며 화를 내다가 슬그머니 겁이난다.
( 저 지지배 정말로 나간다는거 아냐? 그럼 어쩌지? )

" 나가려면 빨리나가 우물거리지 말고 "
마음과는 달리 빽! 하고 큰 소리가 내 입밖으로 나간다.
밖의날씨는 어마무식하게 장대비가 내리 퍼 붓고...
아이는 멈칫멈칫 현관쪽으로 한걸음 내 딛는다.
( 저누무 지지배가 그여 제 에미 속을 이리도 박박 긁어놓네 )

" 너 나가면 다신 못 들어와. 그러니 각오하고 움직여 "
다시한번 엄포로 공수표를 날리고
아이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방울져 떨구어진다.
( 이 지지배야 잘못했다고 다신 안그런다고 제발좀 빌어라 )
주문처럼 난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 너 정말 꼭 그렇게 미련하게 굴어야 하겠니?"
드디어 나는 몸을 일으켜 손에 쥐었던 매를 들고는 문짝을 후려친다.
그 힘으로 문짝은 구멍이 나고
아이는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아니면 그 소리와 자국에 겁을 먹은것인지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리곤 어렵게 한마디
" 엄마 잘못했어요 "

바로 풀어지면 웬지 아이에게 지는거 같아 난 다시한번 악악댄다.
" 나 그냥 못 넘어가 그러니 이리와서 매좀맞어 "
힘으로 하면 내가 한참을 딸리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니,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강제로 끌고와 엉뎅이 부분을 한대 때린다.
아이는 자지러지듯 놀래고
분이 풀리지 않은 나는 다시 또 한대.

사랑이라는 이름의 매가 아니라 내 손목에는 나쁜 감정이 실려있으니
아무래도 강한 힘이 들어간다.

두대를 때려놓으니 그제서 나 역시도 정신이 든다.
그리고 조금씩 이성이 찾아진다.
조근조근 아이에게 난 설명을 한다.
아이에게는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난 같은말이라도 다시 한번더 반복해야 할거 같았다.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야하는거 하며 아무곳에서나 옷을 벗는게 아닌거 하며
옷이 아무리 비에 젖고 설사 똥물을 뒤집어 ?㎢囑捉?절대로 그런거에는 화 안낸다는거 하며
기타등등 여러가지의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도데체 오늘 왜 그랬냐는 최종적인 내 질문에 아이의 대답은
외로움 이란다.
집에 와 봐야 나 혼자고 심심해서 ** 네서 좀 놀다오려고 했다는거다.
친구네는 모두가 둘 아니면 셋인데 왜 나만 혼자여야 하느냐고.
고아원에서 오빠 하나만 입양을 하자고 한다.

저 아이가 나를 오늘 여러번 기암을 시킨다.
서로가 말 같지도 않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화는 다 풀려있고.
( 너무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말이다. 아이의 말같지 않은 푸념에 )
감기기운이 있는거 같다고 하여 시럽으로된 종합감기약을 먹여서는
복숭아를 깎아준다.
몇조각을 먹던놈이 어느새 거실바닥에서 얕은 코를곤다.

잠든 아이의 엉뎅이를 까고보니 매의 굵기만큼 자욱이 선명하다.
아팠겠구나...
조금만 참을걸...
잡아먹을듯 내던 아까의 화는 다 어디로 갔는지
안쓰러움과 후회가 밀려온다.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매를 댄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는 아이를 깨워 내 방으로 데려와서는
함께 데리고 잤다.

내막을 모르는 남편은 다 큰 기집애를 왜 우리방에서 재우느냐고 핀잔을 하지만
그렇게 하루밤이라도 내 품에 끼고 자야만 미안함이 가실거 같다.
내 감정을 다스릴줄 알아야만 진정한 엄마의 자격이 갖추어질텐데...
난 아직까지도 엄마노릇에는 젬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