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일에는 늦음이 없다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한수산 산문집 이래
지난해 낸 수필집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중견 소설가 한수산씨가 신작 산문집 두 권을 동시에 내놓았다. 이레에서 나온 ‘꿈꾸는 일에는 늦음이 없다’와 해냄에서 출간한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내 삶을…’은 일상에 매몰돼 감동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가가 느꼈던 사소하지만 작은 ‘감정적 떨림’의 순간들을 진솔하게 표현한 수필집. 작가는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떨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떨림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보다 깊고 풍요롭게 가꾼다는 ‘미시 예찬론’을 편다. 큰 사건보다는 작은 여운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은, 지난해 같은 출판사에서 내놓은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가 속도전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가치’라는 역설적 화두를 던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서울여대 서양화과 오수환 교수가 그린 격조높은 표지와 본문 그림도 눈길을 끈다.
‘꿈꾸는…’은 작가가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을 여행하며 아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삶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부정이란 그릇 속에 담아낸 서간 기행문이다. 문명의 세계를 떠나 절대적인 ‘없음’의 세계인 사막에 서게 된 그는 삶이라는 사막을 걷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내면의 소리를 전하는 작가의 음성은 사막의 밤공기처럼 청정하고 모래사막의 잡티없는 풍광처럼 진솔하다.
사막의 정취를 담아낸 사진작가 이명화의 작품들이 발하는 서정적 분위기는 저자가 띄운 사막의 편지에 귀기울이게 한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
잠시 이 기사를 읽고 내가 "한수산"이라는 작가를 참으로 많이 좋아하였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바다로 간 목마"니..
"이별없는 아침" 같은..
동화같던 그의 소설들은 어디로 보아도 탈출구가 없어 보이던 어둡고 답답한 어린날이란 터널에 조그맣게 비쳐오는 한 줄기 빛처럼.. 그렇게 환하고.. 그렇게 아름다왔다..
언젠가..
나도...
이런 소설에 실린 사랑처럼..
애절하고 가슴아픈 사랑을...
그래서 평범한 그것보다 곱절은 더 아름다와보이는 사랑을 틀림없이 하리라 마음먹곤 했는데...
어느땐가..
엄마가..나에게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사랑같은 건 모르고 그냥 니 아빠한테 시집와서 평생 이렇게 살지만.. 난 니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도 어린날의 다부졌던 포부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엄마처럼.. 그렇게.. 사랑이란 걸 걸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흐지부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이렇게 살림을 차리고 딸 아이를 낳았다..
얼마전에..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캔디"라는 어릴적 읽던 만화책을 셋트로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날 며칠을 돌이 채 안되어 뭐든 잡고 일어서려 하는 말썽장이 딸아이와 씨름을 하면서도 그 책을 며칠만에 비워냈다...
그 만화를 읽는동안..
그리고 읽고난 후 며칠동안...
내 머릿속에는 캔디와 그의 남자친구 안소니.. 그리고 테리우스 등등의 멋있는 사내들이 왱왱거리며 날아다녔다...그 며칠동안은 젖먹이 아이를 키우는 이 아줌마의 인생도 어느덧 캔디의 인생이 되어.. 때로 푸르고 경쾌한 도전의 색깔을 띠고.. 또 때로는 아름답고 황홀한 분홍빛을 띠었다...
삶이 지칠 때...
그래서 주위의 것들이 모두 시들락해져 기운이 빠질때는...
기억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한 편의 이야기를 가슴에 간직하는 것도 좋다...
다음에 친정에 가면 먼지에 쌓인채 창고에 틀어박혀 있을 한수산씨의 소설들을 챙겨와야겠다..언젠가 다시 읽을날이 틀림없이 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