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http://panfocus.com/에서 가져왔습니다. 남편의 스툴은/양동숙 새로운 일을 해야하는 남편은 동양강철이 새겨진 알루미늄 새시(aluminium sash)를 붙잡고 싸움을 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2002년 소형 에어컨의 판매가 많아진 이유는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원룸에 몰려 서다. 그리고 내년부터 다가구 다세대 건축 시 주차장 시설이 강화된다고 한다. 이왕이면 올해에 건축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일이 넘쳐나고 있다. 매미 소리 높아지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바빠지고 일이 많아지는 남편을 보며 한쪽으론 장사가 잘 된다고 좋아하다가 간혹, 작업현장에 따라가면 미안함이 생기게된다. 사무실에 앉아 에어컨 아 래 일을하며 태평하게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이 부끄럽게 생각되어진다. 궁리를 다한 모양이다. 일이 시작되는 순간 금속성의 굉음과 함께 새시가 잘리고 있었다. 잘라 놓 은 토막들을 직사각이 되도록 드릴로 구멍을 뚫고 조이고 반복해 16개의 틀을 만들었다. 아파트 주 변이다 보니 눈치가 보였고, 아침에 하기로 하고 작업은 정지되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남편이 금속성의 굉음을 내고 있었다. 일에 열중인 남편을 보자니 땀 흘리는 모습 에 찡하니 밀려드는 것이 있었다. 몇 일전 남편과 시누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몸을 씻고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 남편은 남에게 고통스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 강한 사람이 내 앞에서 혈육 중 큰 어른이 치부(恥部)가 되어 괴롭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혈육이니 공경해야 함에도 내 앞에서는 금기(禁忌)시 된다. 아직도 남아 있는 앙금, 일이 많아야 생각할 겨를이 적어짐으로 일을 만들고 일에 매여사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기다리며 책을 읽으며 소일하는 내가, 오늘 하루 함께 작업현장으로 가게 된다. 볶음 고추장을 챙기고, 어머님이 해 놓은 밥을 담고 얼음 얼린 pt병을 챙기는데 딸아이는 엄마 소 풍가요라고 묻는다. 어쩜 소풍일지도 모른다. 그래 아빠하고 일 속으로 여행을 떠난단다 라고 속으 로 말했다. 남편 친구 유경이 아빠는 뜨거운 커피를 좋아한다. 여름에는 냉커피를 많이 찾지만 더 울 땐 더운 커피가 좋다고 말한다. 차는 달렸고 작업현장은 충남대학 캠퍼스가 보이는 곳이었다. 앵글 작업을 하면서 분리형 에어컨 15대를 설치해야 함으로 일단 각 세대에 실내기, 실외기, 배관 박스, 앵글 작업 세트를 올려다 놓고, 공구함을 챙겨들고 시작했다. 남편은 드릴로 배관작업을 할 벽에 구멍을 내고, 실내기를 달 위치에 작업을 해 놓으면, 배관 작업을 해서 실외기에 연결하고 가 동은 유경이 아빠가 했다. 중간에 나는 보조 역할을 했다. 사무실에 앉아 듣던 매미 소리를, 남편이 벽에 구멍을 뚫는 드릴 속에서 찾아냈다. 15번의 매미 소 리, 울어대는 드릴과 남편의 머리카락 속을 타고 흘러 얼굴을 타고 목을 타고 옷을 타고 뚝뚝 초를 재며 떨어지는 땀방울과 내가 흘리는 땀방울 그렇게 몸으로 매미를 닮아가고 있었다. 나무 그늘 속 에 매미는 운다. 남편과 나는 건물 안에서 전쟁처럼 일하며 울어대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쳐도 일 을 했지만, 벽에 구멍을 내는 기계매미는 에어컨이 가동된 방에 옮겨져 열을 식혔다. 사람보다 팔 자 좋은 기계매미였다. 해보지 않은 일은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경험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적어 질 수밖에 없다. 책으로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은 더 기쁘다. 남편과 자주 나서지는 못하지만 생경(生硬)한 일을 배워가며 남는 상처가 좋다. 망치질하다 내 손을 내가 찍어 시퍼렇게 멍든 손등이라든지, 새시 토막에 긁혀 팔이나 다리에 남아 있는 붉은 실선이라든지, 시멘 트 가루에 약한 피부에 남은 뾰루지라든지--- 일하는 즐거움 뒤에 약간의 휴식은 좋은 것이다. 남편은 일만 하려하고 나는 즐기려고만 하는 경우 가 많으니 둘이 하나가 됨이 다행이다 싶다. "권투 선수는 링 위에서 싸우다가, 3분이 흐르면 세컨드가 기다리는 구석 자리의 코너 스툴로 돌아 간다. 그는 거기서 1분 동안 피도 뱉고 물도 마시고 사타구니에 바람도 넣고 세컨드의 훈수도 듣고 하다가는 공이 울리면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다시 싸움터로 나선다. 구석자리의 코너 스툴이 없으면 권투 선수는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소설가 이윤기님의 숨은 그림찾기1-직선과 곡선 중에 서)" 남편의 스툴은 어딜까? 그 역할을 해 줄 곳을 찾아야겠다. 일에 몰두한 시간 뒤에 적당한 휴 식을 취하도록 내가 해줘야겠다. 가끔 선전 카피를 본다.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 그걸 보면서 난 못 떠나, 계속 휴식이나 놀았거든 이라 생각했다. 일에 몰두한 남편의 휴식을 위해, 한가해지면 옆구리를 콕콕 찔러 여행을 가야겠다. 확실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풋핫핫핫~). 빨리 더러워져야지/양동숙 작업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건 매미의 울음을 닮아가는 것, 사무실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거나 서류를 정리하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때는 깨끗한 손이 옷이 더러워지면 신경을 쓰고 닦아내고 털고 몸은 깨끗했지만 생각은 불순했고 작업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건 더러움에 노출되는 것, 생소한 일에 망치로 손등을 찍고 눈물도 흘리고 습관이 남아 더러워진 옷을 털고 손을 씻어대다 나는 일을 어렵게 하는 구나 생각하다 떠오른 것 하나 더러워 질 생각이 없었다는 것,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더러워졌으면 편했을 텐데 더러워진 옷은 빨면 그뿐 더러워진 몸은 씻으면 그뿐 더러움을 망설이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아야 했는데 작업현장에 나설 때는 빨리 더러워져야지 상처를 겁내지 말아야지 더 많이 나아가 일하고 땀방울에 꽃송이 피워야지 남편을 따라 세상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체험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힘차게 얼마 남지 않은 여름 견디시고, 좋은 열매 거두시길 빕니다. 얀~(야니) 드림 얀~(야니)의 홈쥐(http://my.dreamwiz.com/dong8977/)클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