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내 집을 두고 이사를 왔습니다.
오늘이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
내 집은 새로 도배 장판 깔아 깨끗하게 해 주고
난 그 집에서 더 못한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이 삼일 죽어라 정리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 보입니다.
그래 오늘은 잠시 내 마음을 적어 볼까 합니다.
이사 오기 전날 내 친구들이 이사 올 집에 와서 열심히 청소 해 주고
또 이사 오는 날도 마찬 가지로 하루 종일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날은 아침부터 부슬 부슬 비가 내렸더랬습니다.
내 맘을 알고 있는 듯이 말입니다.
우린 마지막날에 동네 친한 분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가슴속에서 흐르는 슬픔을
애써 태연한척 하느라 술 잔을 더 올렸습니다.
아마 당신도 마찬 가지 였슬겁니다.
아니 당신은 나 보다 그 깊이가 더 했슬겁니다.
난 당신 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으니까요.
"여보 우리 이제 부터 다시 시작해.나 당신 이제부터 원망 않을꺼야.
아니 안할려고 애 써 볼께.
여보 힘 내! 나 아직은 이렇게 당신을 내 가슴 속 깊이 담고 있쟎아.
지금은 희망이 안 보일지 몰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될꺼야."
하지만 난 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하기가 싫었던 거지요.
아직도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일까요?
이사 오는 첫 날 저녁에 당신은 피곤하다고 일찍 자리에 누워 버리고
나 혼자 덩그라니 거실 바닥에 멍하게 앉아 있었지요.
나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어서.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가지 작은 기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컴의 소풍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
난 맘 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아컴의 소풍을 계기로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뭉친다.
사실 이렇게 온 가족이 기차 여행 하는 것은 처음이니까요.
아마도 당신 마음도 어느 정도는 나와 비슷 할꺼라 생각 합니다.
오늘 하늘 빛깔은 연한 회색입니다.
아니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하늘 쳐다 보며 이런 얘기 적을 수 있는것만도
행복이라 생각해야 되는데
사람 맘은 왜 이렇게도 간사한지요?
난 가슴속에서 자꾸만 약 올리는 저 절망이라는 이름을 꾹꾹
눌리려고 안간힘을 써 봅니다.
그렇치만 내가 밟으면 밟을수록 더 용솟음 칩니다.
자연히 힘 없이 사그라 질때까지 나 둘까요?
그러다가 어느새 시간 가면 다 잊혀 지겠지요?
이제 새 둥지를 잘 보듬어야 겠지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보금자리로 말입니다.
"희망아 내게로 와.내가 잘 해 줄께"
이렇게 속삭여 봅니다.
희망이가 내 말을 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