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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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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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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의 어느하루


BY canndy1 2002-08-05

어제와 오늘이 그다지 변화가 없고 그날이 그날같은 그런 평범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오늘 사무실로 나에게 꽃바구니 한다발이 배달되고나서 부터이다.
"누구지?"
순간 당황되고 여러사람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사모님한테 빨리 전화하세요" 라고 재잘거리는 사무실 여직원들의 말을 귓전으로 들으며
장미꽃잎사이에 숨어있는 손바닥 반만한 엽서를 재빨리 찾아 펼쳐보니 단한마디뿐!
"생일을 축하합니다"
발송인도 꽃집이름도 없는 너무나 평범한 엽서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나의 음력생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안되는데.. 거기서부터 추리를 시작해보자.
분명 아내는 아닌데... 저런 큰 꽃바구니는 적어도 4-5만원 할텐데 그돈이면 우리가족 삼겹살을 사먹어도 되는 적지 않은 돈인데 알뜰한 우리 마누라가 내 생일이라고 꽃바구니에 그런 큰 돈을 들이지 않을게 분명해. 함께 살아온 세월이 10년이 넘는데 그건 내가 확신해. 그렇담 누구지?
설마... 연희..?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나의 아내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그녀..
내 생일이 음력 6월13일이고 그 이틀뒤가 그녀의 생일이었기에 당시 사귀고 있었을 때 항상 생일파티를 두 번 했었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내가 그녀의 생일을 기억하듯이 그녀 또한 나의 생일을 기억할것이라 믿는다.
그녀인가?....그럴까?....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내가 쓴 편지가 바뀌지만 않았더라도...
내가 연희를 부지런히 쫓아다닐적 당시 지금의 내 아내와도 사귀고 있었었다.
하지만 내 아내보다도 연희를 훨씬 좋아했었지.
만나자는 편지를 썼었지.
두 여자에게 똑같이 장소와 날짜만 바꿔서..
하지만 연희에게 간 편지와 내 아내에게 간 편지가 서로 바뀌어 버리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난거지.
설레는 마음으로 연희를 만나러 그 장소에 나갔더니 글쎄 그 곳에 지금의 내 아내가 다소곳이 앉아 있더군.
순간 두 여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줄 알고 당황했지만 알고보니 편지가 서로 바뀌었던 사실을 알고 지금의 내 아내는 나의 변명아닌 변명에 속아 넘어 갔지만 연희는 그날 이후 절교를 해버렸지.
편지 보내도 답장없음.
전화하면 나를 확인한후 대답도 없이 찰칵!
집앞에 찾아가면 만나주지도 않기를 여러날..
나도 지쳤고 그러던 어느날 변명 한번 못하고 우린 멀어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오늘 누군가로부터 꽃배달을 받고나니 가장 먼저 그녀가 생각난다.
아직도 나를 조금은 생각하고 있나보구나...
두근두근...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남편하고 사이가 안좋나? 무슨일이 있나?
몇 년전 우연히 만났었을 때 아이가 두명이고 행복하다고 그랬는데...
내가 그녀의 첫사랑인가?...
여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던데..
아냐.. 오히려 내가 당시 냉정하게 절교를 당했는데... 죽도록 따라다닌 사람은 바로 난데..
이 아련한 떨림은 과연 무얼까?
전화를 해볼까?
전화번호를 모르잖아..
아냐. 조회를 해보면 알 수 있을거야..
정말 한번 해볼까?
오늘이 내 생일이니 모레가 그녀 생일이네.
나도 그녀에게 생일축하 꽃배달을 해 줄까?
아냐, 난 지금의 내 아내에게 만족해.
그러다 사랑에 빠져버리면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
아냐, 친구로서 생일날 꽃배달쯤은 보낼 수도 있잖아..
그래 생일선물 받았는데 그냥 있는것도 실례야.
난 그녀 생일날 무얼 보낼까?....
책 한권이 어떨까.. 나도 꽃배달 시킬까..
그래 꽃이 좋겠군.

한참 생각에 빠져있는데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감사합니다. ○○계 ○○○입니다"
"형부 저예요."
"어? 처제. 우짠일이고? 전화를 다하고"
"어머, 처제가 형부한테 전화도 못하나요?"
"허허.. 그게아니고 무슨일있나 싶어 그러지"
"형부! 오늘 꽃배달 안왔어요?"
"꽃배달!!"
화들짝 놀란 나는 졸음이 확 달아나고 세상이 순간 멈춰버렸다.
"그럼.. 이 꽃바구니가... 처제가 ... 보낸거란 말이지.?."
"예! 설마 애인이 보낸줄 착각한건 아니겠죠? 형부 생일 축하드려요!"
"애인은 무슨.. 누가 장난하나 싶어 고민은 좀 했지만서두. 아무튼 고맙구먼"
"그럼 형부 잘 지내세요"
"어.. 그래. 처제도 고마워. 형부생일도 챙겨주고 언니보다 낫네. 다음에 저녁살게"
"그럼 근사한 저녁 기다릴께요."
찰칵!!

이로서 나의 고민은 해결되었고 난 다시 평범한 중년 남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씁슬한 맛이 드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