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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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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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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壽衣


BY 심향 2001-05-24

천생연분이라고는 감히 말할수 없고 서로 인연이 닿아서인지 맞선본지 두달만에 후딱 시집을 오고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엄마가 보고 싶어 남 몰래 질질 눈물 흘린적도 있었고,
내가 만든 음식은 왜 그렇게 맛이 없었던지. 언젠가는 세상에서 음식솜씨가 제일 좋은 줄만 알았던 울엄마의 따뜻한 밥상이 너무나 그리워 만사 제쳐놓고 친정으로 줄행랑 친적도 있었다.
구수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를 척척 얹어 먹고 나면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는 줄만 알았고
담백하게 끓인 북어국의 개운한 맛과 내가 아무리 끓여봐도 맛이 나질않는 별것도 아닌 콩나물국의 시원한 맛은 아직까지도 그맛을 낼수가 없다.
친정집 음식은 거의 자극성 없이 시원한 맛을 위주로 반찬을 만들었기에 거기에 익숙해진 나는 시집와서 꽤나 애를 먹었다.
시골음식이란게 대개 짭짜름하고 매콤하여 땀 뺄?E 흘려가며 얼큰하게 먹어야 멋은것 같다는 신랑은 항상 밥상 앞에서 나를 기죽게 만들곤 했다.
어쩌다 밥상에 어머님이 만드신 반찬이 올라오면 용케 알아보고 젖가락이 그곳으로만 오락가락하는것을 보고 비로서 오랫동안 길들여진 엄마의 손끝은 어떤 요리사도 당해낼수 없음을 알았다.
그맛에 맞추기 까지 나또한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면 아직도 서로 마뜩치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데 아마 그것은 죽을때까지도 놓치 못할 그리운 내 친청엄마의 깊은 손맛이 아닐까한다.
친정갈적에는 깔끔하게 치장을 하고 가야 친정엄마 마음이 그나마 놓일테고, 시댁갈때는 검소하다 못해 약간은 구질구질하게 하고 가야 사치 안부리는 알뜰한 며느리 왔다고 시어머니께서 두루두루 칭찬한다는데.
우리 어머님은 그런 나를 보고 궁상떤다고 잔소리를 하시니
어찌하랴! 나는 이날 이때까지 친정이고 시댁이고 입성한번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고를 옷도 없는 장롱에서 손 닿는대로 대충 껴입고 드나 들었으니 친정엄마 마음이 얼마나 찐했을까?
엄마의 옷한벌은 고사하고 친정갔다 돌아오는 길이면 생활비에서 쪼개고 쪼갠 쌈짓돈을 내 주머니에다 꾹 눌러주시면서
"암말 말고 늦기 전에 어여 가거라 가거라"
대문간에 서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 흔들고 계시는 어머니.
나는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엄마! 너무 걱정마세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자리잡힐때까지 열심히 살을께요. 나중에 가게가 잘되면 용돈도 듬뿍 드리고 엄마한테 잘어울리는 고운 옷도 사드릴꼐요.
그리고 살림 하시느라 나들이 한번 홀가분히 다녀오신적 없는 엄마 내가 구경도 두루두루 시켜드릴께요'
엄마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거 안 바란다. 그저 별탈없이 살아주면 그게 효도하는 거여. 친정 생각말고 시댁에서 내 도리나 다하며 살아라."
수없이 들을때마다 내가 친정엄마께 해드릴수 있는거라고는 고작 마음속의 다짐만 더할뿐이였다.
시댁에는 맨 허점투성이 음식솜씨가 있어 제사상을 제대로 차려낼줄 아나 그렇다고 말주변이 있어 말로 한몫을 보나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눈치나 슬슬 보면서 어른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굼뜨게 했으니 시어머님 오죽 답답했을까.
언젠가 신랑 입에서 무심코 던진 말한마디는 모름지기 여자란 쎈스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천방지축 시집보내고 얼마나 애달프셨을까.
온갖 허물 쓸어 덮느라 졸인 가슴은 아마도 흑빛이 되셨겠지.
힘들어 투정 부릴때마다 보듬어 주시고
마냥 기대고 기대도 언제까지나 그자리에 계실것 같은 엄마
고생한단 말 대신 안스러운 눈빛으로 묵묵히 지켜보신 우리엄마
사는데 급급해 엄마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며칠전 둘째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이제는 엄마도 수의를 준비할때가 됐다고.
친정엄마의 수의는 윤달에 딸들이 해드려야 한다고.
갑자기 마음이 초조하고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뭔가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맺히는가 싶더니 그만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기운이 없어 뵈고 수척해지셔도.
허리가 구부러져 더이상 돌아 다닐수없다고 하셨을때도.
쿨륵쿨륵 숨가쁘게 해소기침을 하실때도.
경로당이나 오락가락 하면서 하루해를 보낸다 해도.
세월앞에서 나 늙는것만 탓했지 어머니는 항상 그대로 계시는 줄만 알았다.
엄마! 어떡게 해요
정말 고운빛깔 옷 한벌 해드리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