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비를 좋아한다.
어릴때부터는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아마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던것 같다.
감성이 풍부해지고 두볼이 빨갛게 피오어른 열다섯의 풋풋한나이. 비가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수 있는지 그때 처음 보았다. 내가 살던 고향은 늘 푸르고 맑고 평화로웠다.
어느날 비가 왔다. 맑고 푸른 하늘이 순식간에 시커먼 잿빛으로 뒤덮이면서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쳤다. 공간이 보이지 않을만큼 빗줄기는 굵고 빠르게 내마음을 적시었다.
마당에 꽃잎들이 스스르 내려앉았다. 하지만 조금도 추하지 않고 오히려 그 선명한 빛이 더하여 꽃 그 자체로 화사함을 발하고 있었다. 꽃밭 너머로 펼쳐진 광활한 대지는 한없이 넓어 이름모를 산아래까지 닿아있고 그 즈음하여 큰 우산을 들고 가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마치 한편의 그림처럼 동공속으로 비춰졌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인해 밖은 분주했다.
곱게 널어말린 고추가 이미 물에 흥건히 젖어버린 모양이었지만 누굴 나무랄 틈도 없이 멍석을 말고 제각기 발길을 제촉했다.
한 오분쯤 지났을까?
거짓말 처럼 하늘은 맑게 개이고 검은 먹구름은 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미끄러지듯 끌려가고 있었다. 그 모든 광경이 마치 처음본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사춘기. 그 시기에 내감성은 너무도 여리고 약해져 있었다. 내 앞에 펼쳐진 모든일은 예전과는 다른 생소한것으로 나에게 새로움을 일깨워주었다.
빗소리도 그치고 온통 고요함만이 잠재해있었다. "와~~"
나로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건 색색을 발하고 있는 꽃밭너머로 푸른 들풀이며 어린 벼잎의 출렁임 뒤로 이름모를 산을 벗삼아 피어오른 일곱색깔 무지개였다. 온세상은 깨끗하고 청명한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여져 있었다. 비는 꽃을 적시고 마음을 적시고 동공속에 비춰진 작은 세상을 모두 적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