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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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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82


BY 녹차향기 2001-05-24

"우리는 이담에 시어머니,시아버지 되거든 결코 그렇게 하지 말자."

잔뜩 속이 상한 영수엄마가 대뜸 그 말부터 쏟아내더라구요.
시어른 모시고 백화점을 방문하여 소기의 목적인 시아버님 양복 구입이 끝났는데, 시어머니께서도 자꾸 무얼 사고 싶어하는 눈치셨대요.
근데 불과 얼마전 어머님께 아주 예쁜 니트앙상블을 선물한 걸 저두 알고 있거든요.
그 앙상블과 어울리는 바지가 하나 갖고 싶으셨던 모양이셨던지
시어머님은 자꾸 바지에 눈길을 주시더래요.

사실 월급쟁이 봉급에 한달에 어른들 옷값으로 수십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잖아요.
마음은 사드리고 싶지만 선뜻 사드린다는 말이 나오질 않아 망설이는 사이 시아버님께서 시어머님께
"바지 하나 사고 싶다며?"
하시더래요.
"나야...뭐, 나중에 사면 되지."
"나중에? 언제? 그래, 나중에 우리 딸 한테 하나 사주라고 하자구."

안 그래도 어르신들께 맘놓고 푹푹 이것저것 사드리지 못하는 불편한 심정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온 영수엄마는 엄청 속이 상해있었어요.
매번 어르신들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아들,며느리에게 뭐든 요구하셔도 군소리 없이, 필요하셔서 그러시니 우리가 조금 힘들어도 해드려야지 하고 착한 아들,며느리는 성심성의껏 해드린다고 해드렸는데도, 말씀 끝에 딸을 찾으셨다네요.
영수엄마 얼마나 상처를 받고 돌아왔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렀어요.

아이들 보내고 싶은 학원도 다 못 보내고, 해 주고 싶은 것 다 못해주고 사는 마음도 모르시고 대접받기만을 원하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야속함이란 얼마나 컸겠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저와 또 이웃아줌마는 시어른 모시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지요.
며느리라는 책임감 때문에, 이왕에 며느리 노릇할 것 아들,딸 못지않게 잘 해드리려는 마음 왜 다들 없겠어요?

자꾸 너무 기대면 힘들어요.
자꾸 너무 바라면 지쳐버려요.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러지 말아요.
아니 그럴 수도 없겠지만요.
지금 커가는 아이들의 의식구조가 벌써 틀릴 것이고, 세상이 다르고,
우리의 의식도 많이 다르겠지요.
이렇게 하려구요.

"얘, 며늘아가, 너 오늘 냉면 먹고 싶지 않냐? 나와라, 한 그릇 맛있는 거 사 줄게..."
"얘, 며늘아가, 백화점 세일 들어갔는데 니 옷 하나 골라 입어라.
옛다, 카드! 애들거랑 아범것두 사와라.
^.*"
"손님 치르느라 니가 고생 많았다. 어쩜 뭐든 그렇게 맛나게 잘하냐? 손님들이 칭찬이 자자 하더라. 담엔 조금 맛없게 해라.
그래야 손님들이 안 오지...ㅎㅎㅎㅎ"
하며 슬쩍 어깨를 두드려 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하염없이 그저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베풀다보면 돌고돌지 않겠어요?

맘씨 착한 영수엄마,
그래두 시댁에 쇼파를 새로 들여놓아야 한다며 아는 집에 쇼파를 부탁을 하더군요.
그렇게 착한 속을 어르신들이 모를 리가 있겠어요?
어르신들 겉으로 내색을 않으셔서 그렇지 그런 며느리가 어디 얼마나 귀한 줄 모르시겠어요?
영수엄마, 조금만 참아요.
이제 서운한 마음이 가라앉았지요?

님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여름처럼 갑자기 더워진 날씨, 어제 모처럼 내린 단비도 이 무더위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거라고 걱정을 하더군요.
비가 조금 더 왔으면 싶네요.
메마른 사람들 마음도 촉촉히 젖셔주었음 좋겠네요.

우리가 어른이 되는 날요?
아직 멀었지요?
그래두, 이렇게 매일매일 아름답게 늙어가길,
되도록이면 더욱 맑은 영혼을 가지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길,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힘차게 껴안길,
현재의 삶은 다시 오지 않음을 잊지 않길,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그렇게 뛰어오르길!!

여러분,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작은애가 또 열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