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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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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 안뜰


BY shinjak 2002-07-30

배배 꼬인 이백년 묵은

붉은 소나무들의 용트림

구불구불 숨가빠 오르는

붉은 소나무길로

적막이 마구 뛰어 내려온다

습기 먹은 바람과 어깨동무하고


가냘픈 수련 한송이 고요에 숨 죽이고

맑은 공기에 몸을 씻은 절 마당의 풀숲

대숲에 스치는 스님의 장삼 끄는 소리

요사채의 기인 마루에 한적한 오후가

쪼그리고 앉아서 파아란 하늘을 본다


스님의 옷을 꿰매다 멈춘 바느질 통에

허연 할머니의 청춘이 놓아버린듯

명주실타래 무명실타래 낡은 골무에서

스님의 뒷모습이 선연이 내비친다


요사채 마루밑까지 뻗은 호박줄기에

노오란 꽃만이 젊음으로 나비를 부른다



텃밭에 빠알간 고추들 여름날 태양에 타며

산사의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

참선을 하고 금시 선방에서 나온

맑고 청정한 동자승인가


텃밭의 생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가지나물 고춧잎나물 우거지국

만공스님이 앉으셨던 구들장이

새카맣게 세월도 그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