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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9 - 고3까지 과외비 총 2억


BY 닭호스 2000-11-15

우리 사회의 부유층이 자녀를 초등학생때부터 고3때까지 열성적으로 과외를 시킨다면 과연 얼마나 쏟아부을까. 15일 수능시험을 치르는 이모군(18·서울 ㅅ고 3)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빼놓지 않고 과외를 받은 경우. 지금까지 2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이군은 수능 50일을 앞두고 분야당 2백만원짜리 전분야 집중과외를 받았다. 여기에 목표하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할 경우 ‘플러스 알파’가 제공된다. 수업은 한 영역당 1주일에 2~3번씩 한번에 3시간 정도 받는다. 이군이 처음 과외를 받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 ‘듣기’를 포함한 영어과목을 월 60만원을 주고 대학생으로부터 배웠다. 여기에 피아노(월 15만원), 태권도(월 7만원)를 1~3년간 배웠고 반장선거에 나가기 위해 월 30만원을 주고 웅변학원을 2년간 다녔다.

중학교에서는 각각 월 60여만원씩에 영·수 과외를, 이외에도 중간, 기말고사 때에는 50여만원을 더주고 과외선생으로부터 전과목 특별지도를 받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아예 전과목에 걸쳐 과외를 받았다. 내신이 더욱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영·수 등 주요과목에 대해서는 월 1백여만원씩을, 기타 과목에 대해서는 시험을 앞두고 필요한 선생님을 구해 요점을 정리받는 식이었다.

이군은 “거의 매일 받는 과외학습 탓에 오후·저녁시간은 그야말로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외에도 그동안 방학때마다 서너차례 미국에 있는 친척집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영어에서 듣기가 중요해짐에 따라 현지에 있는 학원에서 한두달씩 수강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군이 이번 입시에 실패할 경우 이군의 부모는 아예 이군을 미국으로 유학보낼 계획이다.

이렇게 이군에게 8년여간 들어간 돈은 모두 1억9천9백88만원. 여기에 초·중학교 시절 들어간 2회의 미국 연수비용(2천만원 추정)과 수능에 들어간 ‘플러스 알파’, 비용을 밝히지 않은 부분 등을 합치면 2억원이 훨씬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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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기사를 보고 나는 잠시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엄마는 아빠의 박봉을 쪼개어 오빠와 나, 두 남매의 과외비에 아낌없이 쓰셨다... 물론 엄마가 요즈음 가끔씩 그 옛날 용하다는 (그리고 우리가 살던 지방에는 있지도 않았던)쪽집게 과외를 몬 시켜서...하고 안타까워 할 때도 있으나..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던 나의 과외비와 미술을 했던 오빠의 과외비로 지출된 돈은 생활비의 절반이 훨씬 웃도는 엄청난 액수였음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 나와 오빠는 별볼일없는 지방 삼류대에 비인기학과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엄마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안했으면... 대학을 몬 들어가지 않았을까..하고 엄마는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나의 딸, 달이는 아직 과외비를 걱정할 정도의 나이가 아니다...
이제 4개월이 좀 지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임신중이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을 보면 그것이 곧 나의 현실이 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임신중에 내가 아파트앞으로 산책하고 다닐때면 프뢰벨이니 몬테소리니 하는 어린이용 교구와 그림책 파시는 아줌마들이 나의 부른배를 십년전에 헤어진 애인보다 더 반가워하며 달려와 나에게 수십만에 이르는 고가의 교구와 그림책셋트를 사기를 강요하였다. 그들의 집요함과 그 엄청난 수적강세(하루에 어떨때는 네명까지의 프뢰벨 아줌마들을 만나기도 했으니까..)에 지쳐 나는 외출을 마음놓고 할수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던가.. 우리집을 찾아와 벨을 누르고, 강요에 못 이긴 내가 문을 열자 쏜살같이 들어와 거실에 자리잡은 두 명의 책장사 아줌마들은 내가 봐도 참으로 그림이 아름답고, 읽고 싶기 그지없는 동화책 세트를 담은 팜플렛을 거실 가득 펼쳐놓고 선전하였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순간 혹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하나를 가리키며
"얼마에요?"
하고 묻자...
"네... CD까지 합치면 84만원인데.. 책만 사실수도 있어요.. 57만원이에요.. "

그 때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내게 그만한 돈이 없구나..."

그래서...
"애기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 나중에 필요하거나 남편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때, 전화 드릴게요.. 돈이 없어서요..."
하고 말씀드리자..

"태교 할때 부터 필요한 책이에요.. 십 개월 할부 해드립니다. 지금 구입하세요.. 한 달에 57000원도 없으세요?"
하고 내 자존심을 살짝 건드렸다...

하지만...
남편의 봉급으로 살기 시작한 뒤 자존심따위는 버린지 오래였다..

"화장품 하나 사..."
내지는
"너 동네 미장원말고 시내에 가서 머리 좀 해.. "
하는 친구들의 말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돈 없어."
한다...그러면 돈없다는 소리를 그렇게 대놓고 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불쌍해 하기도 한다..(나 때문에 내 친구들이 시집을 안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을 차 한잔 못 얻어마시고 열변을 토하던 아줌마 둘은 끝내 소기의 목적을 달성치 못한 채 집을 나섰다...


하지만...
달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수퍼에도 가고 아파트 뒤로 난 산책로를 거니는 날이 도래했다... 하지만 나는 임신 때보다 더 완강하게 No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첫째, 나는 아직 달이에게 수십만원짜리 동화책을 사 안길만큼 모성애가 성장하지 못했고, 둘째는 남편 병규는 아직 내가 그런것을 생각없이 저지르고 다닐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며, 셋째, 우리 달이는 그런 아빠의 무능함과 엄마의 무심함을 이해할 줄 아는 착한 딸이라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는 데 있다.


니가 아빠해라..내가 엄마할게.. 하고 시작하는 소꿉장난같던 병규와 나의 살림살이는 달이가 태어나자 더욱 구체화되었다. 우리는 어린애를 키우는 어린애들이다. 우리는 배워간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간다. 모래알로 밥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하던 어린날의 소꿉놀이만큼 재밌지만 그것보다 백배만배 어렵고 생각할일도 많다.

오늘은 수능날이다...
2억원의 과외비가 들었다는 이모군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그리고 그렇게 과외를 하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우리의 수험생들에게도 다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