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휴일 아침. 동트는 햇살이 이렇게도 영롱하게 아름다울수가.. 가을하늘처럼 높고 푸르고 맑을수가 있다니.. 타향 서울이라는 곳에서 잠시 동안 머물면서 늘 상 찌들고 툰탁하기만 하던 서울의 하늘이 말이다. 연중마다 치루어야하는 불청객인 장마비가 오락가락하였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의 연속이었지 비다운 비는 몇차례 오지 않았는 것 같은데.. 엊그제.. 일기예보의 예쁜 아나운서 언냐가 이젠 장마손님이랑 이별의 악수를 내밀고 화려한 여름더위 손님 맞을 준비를 서두라고 했지비.. 매스콤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더 없이 공기가 좋은 계곡이나 청청 넓은 바다에서 아님, 시골 한적한 곳 ????? 어디에서 어떻게 더 좋은 추억을 만들것인가 시끌버끌하는데.. 이 뇨자는 구멍난 건강을 담보삼아 내 생애 처음으로 한가한 여름휴가를 서울의 또 다른 이방인과 함께 하는가 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살아 온 내 삶의 노트에는 여름휴가라고 꼭히 적힌 기록이 없으니.. 얼마나 한심하고 서글픈 삶의 연속이었던가 싶다. 도리어 메뚜기 한철이라고 7~8월의 내 모습. 초라한 앞치마 패션에 혼나가는 난타공연으로 그 더운 여름을 훌쩍 뛰어 넘곤 했는데... 自意인가? 他意인가? 아님, 神의 저주인가? 어찌하여.... 더없이 푸르고 넓은 아름다운 내고향바다를 지척에 두고 서울이라는 하늘 밑에서 무덥고 지루한 긴 긴 여름밤의 악몽에 시달리게 하는지... 한없이 포근하고 아늑한 내 안방의 침대머리에서 끝없이 아름다운 그 꿈길을 거닐고 싶은데... 어제는 女高 담임을 하셨던 옛 스승께서 이방인 거리에서 지치고 힘들어 하는 제자를 부르시더니 무엇이 젤 갚고 싶고 가장 먹고싶은 음식이 무어냐고 물어시더이다. 갚고 싶은 것은 별로 없고.. 입맛 당기는 메뉴는 비싼 싱싱한 회도, 소고기 불고기도 아닌, 칼칼한 비밈냉면이라고 살짝 귀뜸드렸더니.. 황금두려워 하지 말고 이실직고 하렵니다. "선생님 정말입니다. 투병생활에서 병원 음식이 싫증나면서 우리가게의 시원한 물회와 비밈냉면이 생각났걸랑요." 스승님은 "그래...."하시고는 안양의 어느 고등학교 교장직을 작년 8월에 정년 퇴직하시고 지금 자원봉사하시는 잠실 사무실 부근의 큰 냉면집으로 데리고 갔지요. 단발머리 여고시절. 스승과 제자로써 맺은 인연고리 30년 넘는.. 강산이 세번이나 변하고도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것만 제자에게 베푸는 스승님의 끝없는 사랑.. 그 사랑이 고여있는 참으로 가장 맛있는 냉면을 먹었지요. 얼마나 깨소금 맛이던지 사리하나를 추가해서 스승님과 정답게 나누어 먹었으니... 치료땜에 식욕을 잃고 있을 제자를 염려에 두셨는데.. 거뜬이 비우는 냉면그릇을 보니 이제 안심이라고 하시면서 제자가 나설은 곳의 머무는 곳이 또 걱정되시어 정히 불편하면 스승님의 댁으로 옮기자고 권하더이다. 하기에... 사는 곳을 확인시켰더니 '이만하면 괜찮다'라고 걱정을 거두시고 강길웅신부님의 꿈과 사랑의 저서 두권을 선물하시면서 "너의 글을 인터넷으로 늘 읽고 있단다. 한권의 책으로 묶고 싶지 않니?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 줄께.." "아니, 아니에요. 온전한 글이라고 하나도 없는 막글인데요..." "그렇게 무조껀 사양할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것은 진실이 담겨있는 그 자체가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거야. 함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렴.." 가시는 길목에서 뒤돌아 보시고 또 돌아 보시고... 인생 2/3을 살아 온 제자가 무엇이 글케도 안심이 안 되시는지 며칠후 다시 찾겠노라고 하시나이다. 짧으면 짧고.. 지루하다면 한 없이 지루했던 모난 삶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스승님께서 먼저 못난 제자를 찾아 부르시어 다둑거려 주셨는데... 이번에도 몹쓸 병에 시달린다는 어긋난 자존심 땜에.. 꽁꽁 숨어버린 제자를 어떻게 아셨는지 또 찾고 말았으니... "선생님! 이 제자는 스승님께 영원한 애물단지로 남아 있습니다" 무능한 백수건달... 날지 못하는 쭉지를 잃어버린 백조 신세가 되어 더없이 푸른 타향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 독백을 씹어보는데.. 아~~~ 벌써 빨간 고추잠자리가 좁은 마당 한가운데를 빙글빙글 돌고 있으니...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