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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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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어 시간 뒤면...


BY monkew 2001-05-22

아니 두 어 시간도 남지 않았다. 한 시간 반 가량 남았나.

여하튼 몇 시간 뒤면 난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집을 나서야 한다. 울 애기 기저귀, 젖병, 분유, 갈아입힐 옷, 딸랑이 몇 개, 그리고 이불..큰 여행가방을 하나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손가방이 또 여러개이다.

오늘 울 애가 입원을 한다. 내일 오전에 수술을 받기 위해서. 진작에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했었지만 도리어 병원에서 애가 감기를 얻는 바람에 수술은 고사하고 그냥 퇴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3월달 이었으니 벌써 두 달 전 얘기다.

의사는 수술은 간단하다고 얘기하지만 내겐 그 말마저 섭하게 들렸다. 이제 겨우 8개월이 된 어린 것을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하는 에미의 심정으로는 점잖게 이성적으로 "아, 그렇습니까?"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별 거 아니라고 하는데, 의사도 수술은 간단하다고, 남편도 걱정말라고 하는데 난 쉽지가 않다. 남의 걱정도 도맡아 하는 성격이라 저런다고 남편이 핀잔을 줄 때면 눈물이 먼저 핑 돈다. 그러면서 이래서 아빠랑 엄마는 다르다며 한바탕 눈물잔치를 벌인다.

봄가뭄을 해소시켜 줄,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오는 날 입원을 하니까 행운이 있을 거라고 억지까지 써 보기도 하고, 좀 전부터는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속으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연신 중얼 거리고 있다. 언뜻 방송에서 관세음보살이라고 외면 소원한 게 뭐든지 다 이뤄진다는 소리를 듣고는 '울 애기 수술 잘 되게 해 주세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있는 것이다.

독실한 신자들이 보면 나같은 나일롱을 보고 손가락질을 할 지도 모를 일이겠다. 하지만 지금 지푸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은 내 심정에서는 관세음보살, 아멘에 보태어 알라신까지 찾고 싶을 따름이다.

제발 수술이 아무런 탈 없이 잘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