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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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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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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습


BY 산아 2002-07-26

산꼴짜기 외로운 할머니

꾸불꾸불한 산길을 10여분이나 차로 달리고도 산골동네가 나타나지 않아
길옆으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저수지가 있는 아슬아슬한
길을 5분이나 더 지나자 10여가구가 사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가 나타났다

동네 옆으로는 마을뒷쪽의 산에서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이
참 맑고 시원하여 바로 먹어도 될정도로 투명하다
관광하러 나왔다면 정말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부엌하나 방하나인 계곡옆의 오두막집에
홀로 사시는 청각장애 할머니가 별일없이 잘살고 있는지 뵈러 왔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려면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야만
간신히 몇마디 주고받을수 있어 5분만 대화해도
온몸에 땀이 줄줄흐르고 목이 아프다

그날따라 더위가 한창인 오후 2시에 도착하여
마을입구까지 간신히 차가 들어가고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해
할머니집 마을 꼭대기까지는 한참을 헉헉거리며
좁은 돌길을 올라왔더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온다

"워매 할머니는 덥지도 않는지"
엉덩이 하나 부칠만한 부엌에서 조그만 부탄가스렌지에
호박을 채썰어넣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부침개를 부치고 있었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쭈그러진 젖가슴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허름한 겉옷을 하나
걸친 할머니는 한번 본 우리를 용케 기억하시며 반갑게 웃으신다

날도 더운데 뭔 부친개냐고 물었더니
손으로 방안을 가르킨다

방안에는 20대가 다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로 남아있는
정신지체아인 손자가 입에 침을 흘리면서
방안을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그랬구나 !
시설에 있다는 손자가 와 있었구나
당신몸도 혼자 건사하시지 못해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건강하지 못한 손자를 위해
더운여름날 그렇게 맛있는 부침개를 지지고 있었구나

30여분 할머니와 동문서답인 대화를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당신의 몸을 당신이 감당하실만큼
건강하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아픈 손자를 위해
더운여름날 뜨거운 호박부친개를 찢어 불어가면서 입에 넣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산을 내려오는 내 가슴에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장면으로 남아 더위를 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