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흩뿌리는 비가
가게앞의 고추장수들을 헤깔리게 하는지
거칠게 하느님을 들먹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생동감 있게 들리는 아침.
몸의 끝부분마다 매달린 끈으로 삶을 사는
인형극속의 인형처럼
몸동작 하나하나에 도움을 받고 싶을만큼
천근만근이던 몸이
한잔의 커피를 넘기니
카페인에 녹았는지 움직일만하다.
일년쯤만에 아들과 동행해본 밤낚시.
자꾸 힘들어지는 몸을 이기지 못해서
늘 가고픈걸 참아 왔었는데
모처럼 동행을 부추기는 아들덕(?)에
따라나섰던 길.
보름을 가르쳐준 달이 白夜를 실감나게 하고,
강물위를 지나면서 식혀진 바람에 취한 나는
모래위에 찍히는 발자국처럼
한쪽 다리의 통증도 반만큼 잊으면서
늦게야 쵸코파이를 사들고 뒤쫓아온 남편과
새벽까지 작은 행복을 낚고 왔었는데.
어제낮을 온종일 시골에서 뒹굴고
밤에까지 눕혔다 나온 몸이 아직도 힘들어서
아침 커피 마시러 오신
나이드신 단골 손님 앞에서
내가 더 늙은 소릴 해대면서
네모난 벽안을 가득히 코웃음들로 채우고 있다.
몇시간 즐겁고
몇배의 시간을 힘들어 해가며 살아야 하는
내 남은 삶이 속상해서
손님이 다 나가버린 혼자 시간이면
형편 없게도 내가 나를 들볶으며
이만큼의 행복도 겨워하고 있는 내게 실망하곤
또, 내가 나를 미워한다.
찬송가 인듯한 음악.
문앞에 기대어 서서
휠체어에 밀려오는 음악을 기다린다.
동전 몇닢을 작은 소쿠리에 넣으며
한팔로 밀어주는 키작은 사람이,
안보여서 앉아 밀려가는 사람보다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다.
잠깐동안에
남의 인생 판단하듯
내인생도 그렇게 살면 편한것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출입문을 닫고 들어와
에어컨의 플러그를 꽂는다.
"지금부턴 금연입니다."
담배를 꺼내던 손이 머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