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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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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도 때론 병이어라


BY 라니안 2000-11-15


어렷을적부터 난 유난히 깔끔을 떨었었다.

대가족이였던 우리 식구가 빙 둘러앉아 식사를 할때도 꼭 내 물컵 , 내 그릇만을 고집하고 ,

남이 먹던거, 식구들이 먹던거라도 절대 입에도 안대고,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좀 타거나 해도 그냥 먹는법이 없이 막무가내로 새것만을 요구했었다.

남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은 더더욱 쳐다보지도 않고 , 하물며 친구 집에서 조차 밥을 먹어본적이 없다.

늘 스카치테잎을 손가락에 감아쥐고 눈에 불을 켜고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찾아 헤메었다.

옷도 반듯하게 개켜놓고 , 늘 정해진 그 자리에 있어야했다.

한번 입은 옷은 꼭 세탁해야 했고 , 손도 수시로 박박 씻고 , 현관의 신발도 가지런히 있어야만 했다.

그러던것이 결혼을 해서 내가 음식을 만들고 청소하고 아이키우다보니 더이상의 깔끔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깔끔을 떨기엔 너무나 삶이 고달프고 힘이 들었다.

나도모르게 슬슬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먹다남긴 비벼놓은 밥도 쓱싹 해치우고, 옷도 몇번씩 때탈때까지 입고 ,

현관의 제멋대로인 신발도 대충 봐넘기게 되었다.

방바닥의 머리카락도 한두개 쯤은 나와 더불어 살게되었다.

이젠 동네 아줌마들과도 수제비 끓여 같이 퍼먹기도 한다.

이렇게 유난떨지 않고 더불어 살다보니 삶이 무척 수월해졌다.

아!...

아직도 한가지 안되는게 있다.

먹은 그릇 하나만 나와도 설겆이 해놔야 하는것....

씽크대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몸살이 나는것...

그것은 어찌할꼬...... 그병은 어찌할꼬......

누가 나좀 말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