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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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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 이야기


BY zinnia 2002-07-25

어제 시댁에 전화를 했다.
나랑 동갑인 손아래 시누이가 둘째를 임신하여 시댁에 내려간 지라 잘 내려 갔는지가 궁금하여.

사실 나도 요즘 둘째를 가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데, 막상 나 보다 몇달 늦게 첫째를 낳았던 시누이가 둘째를 임신 했다고 하니... 묘하게 마음이 편치를 않다.

어머님은 어두운 시절에 책이나 장난감을 거의 사지 않고도 두 자식을 대학까지 보낸 비용이 집 몇 채값 이나 된다시며 당신은 그리 힘들게 사셨지만 너는 애 때문에 돈 때문에 쩔쩔매며 사는거 보기 싫다고 지금 있는 하나만 잘 기르라 하신다.

죽을힘 다해 길러놔 봐야 다들 저대로 멀리 떨어져 사는지라 자식 보다 이웃사촌이 낫다시면서...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녀석이 보고싶으신지 "너희는 언제 내려오냐?"하신다.
남편회사에 일이 많아 올여름엔 나랑 아이만 내려간다고 말씀드렸다.
울 시아버님 당신아들이 혼자 힘들거나 말거나 손주만 보면 좋다고 하신다.

시댁이 멀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송구함이 있어서 한번 내려가면 기본 일주일에서 많게는 이십여일 정도를 있다가 올라온다.
꾀돌이 우리 남편 손하나 까딱하는걸 귀찮아 해서 혹여 나 내려가 있는동안 餓死하면 누가 있어 날 먹여 살릴까 싶어 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카레를 한솥 끓여서 하루치씩 팩에 넣어 얼려 놓는다.

시부모님이 어쩌다가 우리집에 오신다고 하면 바리바리 싸오신 음식 손수 냉장고에 넣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깔끔하신 울어머니 성격탓에 나는 냉장고 청소 해 놓으랴, 삐까뻔쩍은 아니더라도 흠잡을곳 없이 청소하랴, 청소후 필수인 걸레 삶아서 널어 놓으랴... 문지방에 매어둔 하루해도 어김없이 모자란다.

매일 성냥갑 만하다고 투정하는 같은 집임은 분명하거늘, 오로지 청소할 때에는 어찌 그리 넓은지 아흔아홉칸 정승집 안부럽다.

그리하여 당연히 시댁에 있는 동안은 집에서 일주일에 한두번 근근히 청소 할까말까 하는 내가 매일 쓸고닦고 하느라 바쁘다.
또한 두분이서 사시니 빨래거리도 없다시며 작년에 시누이가 사드린 세탁기는 탈수용으로나 쓰시고 주로 직접 손빨래를 하신다.

허나 본디 부지런 떨 줄 모르는 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빨래 하시는 어머님을 넘겨다 보며 "어머니, 그냥 세탁기 돌리세요... 손빨래 자주하면 무릎도 아프고 손목도 시리고... 안좋아요"하고 마는 날라리 며느리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 나 내려가면 당신맘에 흡족치 못한 쇠꼬챙이 같은 몸매를 가진 이 며느리 좋아하는 만두 해주신다고 부엌 하나가득 일을 벌려 놓으신다.

사실, 난 차라리 만두 안빚고 안먹는게 더 좋지만 차마 내색 못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하루종일 허리 아프고 발 저리도록 앉아서 빚어봐야 얼마 되는가?

그것도 자식 보다 나은 이웃사촌 한접시씩 돌리고 나면 내입으로 들어가는건 얼마 없을 뿐더러 만두 빚느라 힘들어서 식욕마저 태평양 건너간 지 오래다.
울어머니 이런 내 속을 아시는양 동네분들 오시면 만두 접시 내놓으며 "우리 며느리 이거 아까와 죽는다... 마, 쬐매씩만 먹그래이~~~"하며 웃으신다.

담달에 내려가면 한여름이니 설마 만두 해주신단 말씀은 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