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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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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 .....


BY 고들빼기 2001-05-22

어쩌면 좋을지 도무지 마음의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서울로 간 남편의 전화를 받고 나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내정신이 아니었다.

시골에 있는 6촌 시동생인 작은집에 원인모를 화재가 일어나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집을 새로 지은지가 이제 겨우 4년 정도 되었을끼구만.....
그것도 농협융자를 받아서 말이야...
온몸이 부들 부들 떨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종잡을 수가 없다.

차는 두고 갔건만 서툰 운전으로 달려갈수도 없고
여태 강의가 없던 토요일인데도 아들은 보강을 하러 가더니
오지를 않는다.
음성과 문자를 보내고 우선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챙겼다.
금방 생각해 놓고도 무엇을 가지러 베란다로 화장실로 창고로
분주히 다니는지 넋나간 사람마냥 어쩔줄을 몰랐다.
하도 궁금하여 대구의 친척집과 시골의 이웃집에도
전화를 했건만 아무도 집에 있는 사람이 없다.
월드폰 카드가 입력된 전화만 애궂게 두드리다 지치고
오지않는 아들만 애타게 기다렸다.

전날 아들에게 심부름시켜 시동생과일 가게에서 덤으로 얻어온
꼭지마른 수박과 야쿠르트 40개를 사면서 슈퍼타이도
제일 큰 5키로 짜리를 샀다.
거금은 아니지만 당장이라도 필요한게 돈일것 같아 남편과
합의한 50만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집에 있는 휴지 빨래 세수비누 치약치솔 수세미 퐁퐁
참기름 식용유 설탕 양념 반찬세가지 보리차 다시마 다라이
소쿠리 상 장바구니 코펠 타올 행주 걸레(보통 크기의 타올로
두장 나눈것은 걸레 세장나눈 것은 행주로 가장자리를 박은것)
손수건 프리사이즈의 남녀옷 입지않은 나의 새 팬티와 남자용
양말 세켤례 얻어놓은 양파엑기스도 들에 다닐때 먹으라고
혹시나 넣어 두었다.

남편이 타지에 있을때 쓰던 비자루도 챙겼다.
드디어 아들이 오고 떠나는 사람마냥 이삿짐(?)을 차에 실었다.
차안에서도 우리4형제인 세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했다.

시골에 도착하고 보니 동네사람들이 화재현장에서 잿더미를
치우고 난뒤 막걸리를 마시며 두 무리로 나뉘어 쉬고 있었다.
시동생을 살짝 불러 원인을 물었지만 알수없는 일이라고 했다.
화재는 금요일 오후 4시-5시 사이에 내외가 들에 간사이에 일어
났다고 했다.
1층창고는 그대로이고 2층 집 내부가 몽땅 타버려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깨끗이 치워둔 상태였다.

처음 집을 지었을때도 벽이 갈라지고 마음에 들지않아 무척 애를
태우더니 끝까지 애를 먹인다며 속상해했다.
그것도 가까이 있는 이웃집의 자식에게 지은 것이라 더욱
속이 상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던지 산 사람은 또 살아 가게 마련이니까 용기잃지
말라고 당부를 했더니 시동생은 "아지매요 정말 고맙습니데이"한다.

또 다른 작은집 시숙님을 만났더니 당네 계를 모아 놓았던
계금 절반으로 도와주고 개인적으로도 돕기로 하자신다.
당신 아들에게 전화하여 객지에 나가있는 친척에게 알리라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3년전부터 어머님을 모시고 비워둔 우리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이불도 털어 두었다.
작은 냉장고도 청소를 한뒤 반찬과 엑기스 과일 남은 야쿠르트를
넣어 두고 들에 나가있는 동서를 보지못한채 메모를 남기고
아들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