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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잃어버린 나의 아버지 ( 2 편)


BY 두리사랑 2002-07-25


논픽션 단편 
제목 : 우리사는 이야기(5) 
글 : 두리사랑 (심 용구)

부제: 세월을 잃어버린 나의 아버지( 2 )


어제 하루종일 산속에서 산소에 잔디 심는것도 거들고
힘들게 일은 했지만 시골 집에만 내려오면 나는 피로를 잊는다. 
물론 공기도 좋고 추억들이 한가득한 고향이기도 하지만 
곁에 부모님이 계서서 더욱 그러리라 생각한다. 

어제 반팔을 입었더니 벌겋게 그을린 팔뚝이 따갑게 시큰거리지만 
여명과함께 농촌의 하루는 부산스러운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침을 6시에 먹고 오늘은 출장가기전에 아버지와 정읍시내에 나가 
목욕도 하고 이발도 시켜드리고 출장코스를 돌예정이다. 

어제부터 올락말락하던 비구름이 오늘도 밝은 태양을 방해하며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이 날이 흐리고 텃밭에 어머니가 심어논 
진녹의 마늘들이 잎새를 늘어뜨리고 비를 기다리는듯한 아침이다. 
비가 와도 넘 많이 오면 안되는데 하고 하늘을 보는데 
집뒷편에서 떠들썩하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차소리도 나서 가보니 
비오기전에 못자리를 해야한다며 이웃집형님이 하우스에서 
모판을 한차 싣고 오셨다.일손이 부족해 비오기전에 끝마쳐야 
한다며 걱정하길래 내가 좀 도와준다고 말하고 집에와서 아버지 
추리닝바지에 장화를 신고 근 20여년만에 논속에 흙의 감촉을 
느낄수 있었다.비록 장화를 신었지만 그 부드러운 감촉은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옆에 광활한 평야에 보리물결이 바다를 이루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새삼스럽게 크게 들려와 일하는 도중 내내 옛날 어렸을적 애기며 
개구리잡는다고 애써 만들어논 못자리를 다 밟고 다녀 망쳐놔서 
이웃마을 논 주인한테 붙잡혀 그집 창고에서 하룻밤 갇혀있다가 
아버지들이 사과하고 못자리를 다시 만들어 준다음 풀려났던 애기며 
어렸을적 추억들을 나누며 매직을 마추듯 사각의 모판을 4줄씩 
가지런이 못자리에 맞추어 나가고 부직포를 덮고나서야 마칠수 있었다. 

옛날 농사법하고는 많이 달라졌지만 정을 나누는 인심과 마음은 
그대로 인것같아 흐믓했지만 연이틀 갑자기 하는 일에 허리는 
이미 내허리가 아니고 다리는 근육통이 오고 피부는 타고있었다. 
"에구~~나두 농사를 일년동안 지어봤는데 이제 늙었나벼" 
하며 너스래를 떨었더니 모두가 박장대소를 한다. 
집옆논에 못자리만 두시간정도해서 도와주는걸 마치고 집에오니 
아버지는 이미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으시고 기다리고 계셨다. 

차로 10여분 달려 정읍시내의 한 목욕탕에 차를 주차하고 
아버지와 나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열쇠를 받아들고서 
입구에서 아버지 구두를 닦아달라고 하고는 옷장앞에서 
옷을 벗겨드리는데 한복덧배를 벗기고 속옷을 벗겨드리는데 
온통 주름살투성이고 거칠은 피부를 보니 그넘의 눈물이 또나와서 
얼른 서둘러 같이 탕안에 들어갔다. 

더운물로 샤워를 해드리고 초벌비누칠을 해 온탕에 같이 들어가 
손을 잡아주며 뜨겁지 않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도 목욕탕이 붐비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기고 아버지를 바라보는데 
"여기가 온천이냐?"하시길래 "네 아버지"하고 대답할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설명을 해 줘도 한시간 이상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또 물어오실거니까 근데 온천은 쓰러지시기전의 기억이 있으셔서 
더이상 물어보지 않으시고 이해를 하신다. 

한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욕탕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때밀이 다이에 아버지를 안아 누이고 투박하고 거칠어진 손부터 
타올로 밀기를 시작해서 가슴뼈 아래로 푹꺼진듯한 허리와 주름진 
다리를 밀면서 또다시 땀과함께 눈물을 섞어 타올질 하며 때를 벗겼다. 
어린아이처럼 아프다고 엄살은 부리셨지만 비누칠을 하고 
나무옹치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발뒷금치도 돌로 밀어가며 
머리를 감기고 세수를 해드리는것으로 2시간의 목욕은 마쳤다. 

목욕탕안에 있는 이발사에게 가장멋지게 이발을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아따~~할아버지는 아들하고 목욕이랑 와서 좋것소잉~"하는 농담에 
"응~그려~~허허허 개안허니 기분이 좋구먼."하시며 웃으시는게 
기분이 좋아보여 덩달아 나도 상쾌한 기분으로 마주웃었다. 
간단히 사워를 마치고 먼저 옷을입고 아버지에게 잠시 나갔다 온다 
말씀드리고는 근처 시장을 돌아다니며 하얀 중절모를 하나사서 
이쁘게 포장해가지고 다시 목욕탕에 오니 면도까지 말끔히 하신 
아버지가 이발을 막 마치시고 이발실을 나오시는 중이셨다. 

옷을 갈아 입이실려다 말고 손톱발톱을 다듬어 드리고는 
다시 옷을 입히고 나니 정갈한 옛날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선물이라고 포장된걸 전해드렸더니 열어보시고는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자를 들고 웃으시며 몇번을 ?㎢?벗었다 하시며 좋아라하셨다. 
젊으셨을때부터 한복에 어울리는 중절모를 즐겨쓰셨고 집에 있던게 
좀 낡아보이길래 하나 사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닦여져 번쩍이는 구두에 고운한복에 하얀중절모를 쓰고 손을잡고 
목욕탕을 나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만약에 아버지가 쓰러지지않았다면 
내인생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아버지의 아프시기전의 모습이 
자꾸만 연상이 되어 아쉬움으로 다가왔지만 도리질하며 추스렸다. 
장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집은 8남매가 모두가 넉넉하게 
살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아직까지 부모속상하게 하지않고 성장했으며 
남들처럼 많은 혼수품 없이도 결혼해 자식들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며 
형편대로 부모님을 이해하고 어머니를 위로하며 감사하며 살고있다. 

근30여년의 아버지의 잃어버린 세월속에서 어머니의 신앙을 중심으로 
모두가 서로 더욱 결속하고 자신을 자제하며 살수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그것이 현사회속에서는 실속이 없을지언정 가족간에 이웃간에 알찬 
정나눔으로 되지않았나 싶은 생각에 자신을 위로해 본다. 
집에 도착하여 아이들처럼 기분이 좋아서 모자를 자랑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왜 명절에 옷한벌씩 사주면 좋아 날뛰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는지...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도록 사시기를 기도드리며.


          2002 . 4 . 29 정읍 시골집에서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이 있는 주일을 맞아 부끄러운 나의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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