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을 떠나온지는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었다.
그다지 골짜기 시골도 아니다.
그곳엔 친구도 있다.
그리운 학교...
그곳에 가본적이 있다.
좁고 긴 등교길과 그 옆으로 굴러 덜어질듯 어슷한 절벽, 옹기종기 자리잡은 허름한 집들.
한참을 멍하니 서서 그때로 돌아간다.
누구나 그러하듯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은 그리운 법이다.
등교길을 내려와 학용품을 팔던 문구점을 ?아보았다.
자리는 그자리인데 깔끔한 유리 외벽으로 현대식을 자랑한다.
문구주인의 움직임도 한눈에 보인다.
그곳에도 내모습이 보인다.
예쁜 샤프하나 고르고 단짝에게 건네줄 미니 카드도 고른다.
뒤돌아서 시장 모둥이를 돌아 진땅신발가게, 그옆 ?레코드점, 2층에 자리잡은 르네상스경양식.
벌반 달라진건 없는듯하다.
쭉 내려와 정육점에 들러 소고기 두근, 작은오빠가 좋아하는 수박 한덩이를 사들고 제사를 지내기위해 올케언니집으로 향했다.
일년전의 일이다.
내엄마에겐 아들셋 딸둘 그리고 내 아버지인 남편.
가진거라곤 그것이 전부다.
일찍이 둘째아들은 생각이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잃어버리고,
7년전 작은오빠을 가슴에 뭍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엄마의 품으로 간다.
작은 오빠의 기일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엄마가 많이 편찮으시다.
76세의 고단함이 이제는 당신도 견디기 힘든가 보다.
차창밖으로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하다.
나에겐 고향의 그리움이란 없었다.
지금 살고있는 집과 한두시간이면 갈수있는 거리기도 하지만 그다지 고생하고 자란 시절도 아니고, 뼈에 사뭇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왔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기차 건널목을 앞두고 천천히 섰다.
정정을 깨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문산행 기차가 달려온다.
철꺽철꺽 내딘는 소리가 나를 울리고 말았다.
승객도 보이지않고 그저 세월만 싣고 가는가 보다.
약초보따리를 질머진 엄마는 저 기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안개에 등줄기가 젖도록 달움질 했겠지.
그다리가 그팔이 쉬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내엄마는 강한 여자인줄 알았다.
자식을 품에 묻을 때와 딸 시집 보낼때 그때만 우는줄 알았다.
내엄마는 강해서 눈물도 없는 줄 알았다.
내엄마는 언제까지나 내엄마로만 있는 줄 알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그러진 얼굴의 노인이 서글품에 자꾸만 운다.
엄마...